희곡 당선소감|이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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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벽, 난 꿈을 꾼다.
광활한 초원에서 어둠 속 열자리를 노래하다가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끝이 치솟고 동공이 확대, 그리고 심장이 격하게 헐떡였다. 초조하고 자꾸만 오줌이 마렵다. 고독감을 죽음보다 무섭게 느껴 가슴을 할퀴어내며 고통을 이야기했다. 잔혹한 고립감으로 난 죽어가는 것이리라. 초라하게 쪼그리고 앉아 죽음을 고독처럼 낙서한다.
썰렁한 바람이 시시콜콜한 웃음으로 낙서들을 지워 버렸다. 또 쓴다. 또 지워 버렸다. 욕설을 모아 광포하게 고함을 지른다. 검은바람이 목을 죌듯이 싸늘하게 웃음을 날린다. 다시 소리를 질렀다. 목에서 핏덩이가 울컥거렸다. 아, 드디어 바람이 쫓아온다. 저 놈이 대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도망칠까? 아니다. 그냥 뛰자, 뒤를 돌아보지 말고 줄기차게 앞으로 뛰어 나가자. 얼마나 뛰었을까,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녹아 내렸다.
고독이 땀 속에 녹아 죽고 말았으리라. 계속뛰자. 뛰자. 고독이 죽고 바람이 괴성으로 지쳐 병이 들고. 난 이제 하늘까지 달려 나간다.
큰형님께서 기뻐하실거다. 영죽무대 동료들이 환호성 보내 줄 것이며 내 사랑스러운 삐보 숙은 활짝 웃는다. 그리고 졸작을 끝까지 읽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달린다. 하늘 꼭대기까지.

<약력> ▲61년 서울 출생 ▲경동고 졸업 ▲중앙대 문창과 4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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