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시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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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일들은 모두 잊어 버리라고
내 몸에 달디단 기름을 바라 구우며
그대는 뜨겁게 속삭이지만
노릇하게 내 살점을 태우려 하지만
까닭없이 빈 갈비뼈가 안스러옴은
결코,
이빠진 접시 위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님을
한 종지의 왜간장에 몸을 담그고
목마른 침묵 속에
고단한 내 영혼들이 청빈하게 익어갈 때면
그 어느것도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에
쓰라린 무릎을 끌어안고
여기는 에미 애비도 없는
서럽고 슬픈 저녁나라이더냐
들풀 같은 내 새끼들
서툰 투망질에도 코를 꿰는 시간인데
독처럼 감미로운 양념남비 속에
나는 또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며
얼마 만큼의 진실을 태워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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