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텔 인수 잠깐만 … 엘리엇, 이번엔 노키아 발목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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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핀란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의 알카텔루슨트 인수에 복병이 등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리엇이 주식 스왑으로 프랑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 지분 1.3%를 확보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실은 엘리엇이 프랑스 규제 당국에 공시하며 알려졌다. 주식 스왑은 파생상품 계약의 하나로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 지분을 확보하는 거래다. 노키아는 주력 사업인 네트워크 장비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알카텔을 156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했다.

 엘리엇의 등장에도 노키아의 알카텔 인수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카텔 주주 절반의 동의와 노키아 주주의 승인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노키아가 프랑스 내 사업 기반을 유지키로 약속하며 프랑스 당국도 호의적이다.

 다만 알카텔의 2대 주주인 영국계 헤지펀드 오데이 자산운용이 “노키아의 인수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데다, 엘리엇의 알카텔 지분 보유 사실까지 알려진 것은 노키아에 부담이다. FT는 “엘리엇이 (노키아 지분 확보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지만 그동안 인수·합병(M&A) 과정이 진행 중인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비싼 인수가를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노키아와 알카텔이 합의한 인수 조건을 검토하면 엘리엇이 막대한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엘리엇은 알카텔의 주가를 노키아보다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FT는 “초기 계약 조건이 물샐틈없이 맺어졌더라도 엘리엇은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몇 년에 걸친 분쟁도 불사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은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이 독일 케이블업체 카벨을 인수하며 인수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2년 전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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