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문고 3천권 … 書架 향해 "돌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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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진중문고가 훈련 고되기로 이름 난 육군 이기자 부대를 찾았다.

진중도서관 건립 국민운동이 도서를 지원한 올해 다섯번째 진중문고가 산세 험한 강원도 화천군 화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기자 부대 휘하 용호 부대에서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다.

부대원들이 '참사랑 도서관'으로 이름붙인 이 도서관은 지금까지 국민운동이 개관을 도운 도서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해군.경찰.구치소 등에 마련된 기존 도서관이 깔끔한 현대식 막사 건물 한 켠을 이용한 것과 달리 참사랑 도서관은 블록을 쌓아올린 전형적인 군대 막사 건물을 활용, 야전의 냄새가 풀풀났다. 원래는 사병들의 면회장소로 사용하던 것을 도서관을 위해 절반쯤 떼어 개조했다.

공병대와 보수대가 3주간 달라붙어 정돈한 결과 책장까지 갖춘 20평 가량의 도서관으로 손색이 없다. 도서관 좌우측 벽을 등지고 선 일곱 개 서가를 가득 채운 장서는 3천여권에 이른다. 디자인하우스(66종).인디북과 시아출판사(99종).김영사(70종).열린책들(85종).영진닷컴(22종).청산(17종) 등 출판사들이 책을 내놓았고 학사장교 12기 동기회가 3백권의 책을 보탰다.

험한 산세에다 소문난 겨울 추위, 수많은 훈련 등이 '이기자'라는 부대 이름을 따라다녔다. 훈련이 많은 만큼 값진 여가시간을 독서로 채우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개관일 도서관을 처음 들여다 본 병사들의 표정은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상기돼 보였다. 조영완 병장은 "처음에는 '생겨봤자'하는 마음이었는데 책들을 보고 나니 달라졌다.

예상보다 많고 눈에 띄는 책도 있다.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서봉국 상병은 "리눅스.워드프로세서 관련 서적, 정보처리검색사 수험서 등을 먼저 읽고 싶다"고 말했다.

이양노 대대장은 "전역이 멀지 않은 선임병들이 복학준비.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도서관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내무반 분위기도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자 부대는 육군 정보화 시범 사단 중 하나다. 소대급 내무반까지 컴퓨터가 설치돼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다. 물론 인트라넷은 도서관 도서 검색, 대출 확인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내무반과 떨어져 있는 도서관까지 다리품 팔 필요 없이 내무반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대출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대는 짧은 시간이지만 면회객에게도 도서관을 개방할 계획이다. 도서관 앞에는 아담한 분수가 마련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화천=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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