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총리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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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대정부 질문 정치 분야에선 고건 총리가 "죄송하다"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말을 서너차례 했다. 아예 답변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문 경우도 있었다. 내각의 무기력증, 특히 '책임총리'를 자처했던 高총리의 부진한 국정활동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질문 가운데는 "대통령이 못해먹겠다고 할 정도면 내각이 일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도 있었고 "지난 1백일 동안 총리의 조정자로서 역할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책임감을 느끼느냐"고 따진 의원도 나왔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의 경우 "책임총리제를 말하지만 우리 체제는 오너-월급 사장 체제여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책임총리가 아닌 책임 회피 총리"란 인신 공격성 발언도 高총리는 들어야 했다. 급기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총리를 상대로 묻는 제가 처량하다"며 "전보다 얼굴이 못한데 불편하시죠"라고 묻기도 했다.

이 같은 질책.추궁.공격에 대해 高총리는 전반적으로 낮은 자세로 대처하면서 화살을 피해나갔다. "우선 현안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식의 답변으로 인책 공세에도 빠져나갔다.

그런 高총리도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미묘한 답변을 했다. 權의원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느냐"라고 묻자 "코드란 단어의 해석을 극히 제한된 인적 범위 내 암호로 이해하고 있어 그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저는 제한되지 않고 공개된 자리에서 주파수.사이클을 맞춰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드'를 음성적.폐쇄적 이미지로 이해하고 부정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盧대통령의 화법에 대해선 "공개 토론회에 나가는 대통령에게 냉정한 자세로 이성적인 대화를 해주실 것을 건의한 바 있다"고 했다. 高총리는 책임총리제를 두곤 "현행 헌법상 어렵다고 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희상(文喜相)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자신을 향해 "질타했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高총리는 "文실장이 어제와 오늘 두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고 전화해 왔다. 적절한 해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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