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어디서든 혼인할 수 있다” … 미국 대법원, 결혼 금지 위헌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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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커플의 결혼을 합헌이라고 26일(현지시간)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5대 4로 헌법상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결혼보호법’이 위헌임을 선언하며 “동성 커플은 미국 전역 어디에서나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하게 됐다.

 게이 커플이나 레즈비언 커플은 현재 미국 36개 주와 컬럼비아주의 일부 지역에서 결혼할 수 있지만 여전히 남부와 중서부의 13개 주와 앨라배마의 일부 지역에선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간 연방대법원은 동성 결혼 금지에 관한 하급법원의 상고를 기각하는 방식으로 동성 결혼에 대한 판단을 각 주로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에 동성 결혼 금지가 위헌이라고 선언하며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꼽힌 바 있는 앤서니 케네디 전 미국 대법관은 “성소수자들의 결혼에 대한 희망은 단순히 혼자서 외롭게 살기 싫다는 게 아니라 시민의 권한에서 배제되는 게 싫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법적으로 동등한 존엄성을 회복하고 싶었고 사법기관이 이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미국 대법원이 수십 년간의 변화 끝에 랜드마크가 될 만한 판결을 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의 판결은 평등을 향한 우리의 커다란 걸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뉴요커지와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난 평등보호조항이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1967년 ‘러빙 대 버지니아 사건’에서 흑인과 백인 인종 간에 결혼을 막고 있던 ‘버지니아 법’을 위헌으로 판결한 이후 가장 진보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오바마 “평등 향한 커다란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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