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확실성 가시화…"제약 매출손실 월 2500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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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에 힘겨워 하고 있다. 메르스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가 급감하면서 의약품 판매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적이다. 최악의 매출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약협회는 24일 "의약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진행중이던 임상시험이 무산되는 등 다양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에서 예상하는 손실 규모는 월 2500억원대다.

원인은 길어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 중심이다. 일부 제약사는 전문의약품 매출비율이 80%를 넘기도 한다. 비율이 낮은 제약사도 50% 이상은 전문의약품 매출이 차지한다.

그만큼 병원 매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의료기관 처방이 줄면 제약사 역시 움추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메르스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비율이 줄면서 의약품 소비 역시 덩달아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20~30%수준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이를 견디다 못한 건국대병원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번달 월급의 20%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르스 병원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진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병원 방문을 극도로 꺼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경유·확진 환자로 이름이 공개된 병원은 폐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메르스 감염감시활동도 강화되면서 영업활동은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병원에서도 체온 측정을 일상적인 모습이다.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환자가 다녀간 이후에는 자체소독을 강화한다.

그만큼 제약사 영업사원이 방문하기는 눈치가 보인다는 의미다. 제약 영업사원은 하루에도 10여 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의도하지 않게 메르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의료기관은 제약사 영업사원 방문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혹시라도 감염됐다면 이들이 방문한 의료기관 역시 연달아 메르스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자칫 제약사 영업사원이 메르스에 감염돼 기존에 들렀던 의료기관 뿐만아니라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개인 위생관리를 강화했지만 제약사 영업사원이 기피대상 1순위”라고 호소했다.


영업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학술대회나 제품설명회 등 대규모 행사까지 잇따라 취소됐다. B제약사 관계자는 “그나마 일반의약품 매출비율이 높은 회사는 괜찮지만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전문의약품 중심”이라며 “사실상 올해 상반기 영업은 끝난 분위기”라고 말했다.

손실규모가 커지면서 제약업계 내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약협회는 일차적으로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제약사를 대상으로 매출 감소 금액, 의료기관·약국 수금실적, 임상시험 지연 실태 등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다른 의약 관련 단체들과 함께 정부 차원의 장기저리융자 등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메르스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 5월 중순부터 확산된 메르스로 이미 제약 영업환경은 초토화됐다. C제약사 관계자는 “상반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하반기 사업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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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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