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 수간호사 일기 ④] “하루만 더 버티면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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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버티면 돼”

6월 21일

‘한 밤만 자면 돼, 기다려 줄 수 있지?’

잔뜩 메인 목을 애써 삼키며 우리 아이를 달랬다. 남편도 혼자 애들 보랴 일하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없이 어디 아픈 곳 있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쉴새 없이 물어대는 통에 주변 선생님들의 놀림거리 됐다. 그래도 ‘기대감’은 지울 수 없다. 날짜와 시간 개념이 없었는데 상황실에서 기쁜 소식을 먼저 전해 주었다. 오늘이 21일이다. “하루만 더 버티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을 거야“ 말씀을 전하시던 부장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부장님에 이어 어디 아픈 곳 있는지 또 확인하는 상황실 전화에 괜찮다고 전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 속에서 마지막이 보이기 시작하니 없던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 일 뿐 몸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지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선생님들까지 동요될까봐 내색하지 못했다.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은 줄었는데 몸은 부은 느낌이다. 격리가 해제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그새 힘이 났다. 중환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분들을 보며 문득 우리가 가족을 만나러 간 사이에는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2주간의 긴 격리 기간이 끝나 아무런 색안경 없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인데, 긴 시간동안 가족들과 면회조차 금지되었던 환자분들에게 먼저 나가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처럼 힘내서 다시 시작된 면회 날 누구보다 행복하시길 바란다.

<후기>

6월 9일부터 지금까지 코호트 격리의 해지를 기다리며 2주동안 어렵고 외로운 격리기간을 잘 참아주던 우리의 동료, SICU help쌤,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을지가족’이며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옆집의 어려움을 알고 물신 양면으로 도와주신 이?? 파트장님을 비롯한 모든 SICU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직접 방문해 주신 회장님, 매일같이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 주신 간호부장님, 간호부 팀장님, 또 힘든 노란 방호복까지 입고 도와 주신 특수부서 팀장님, 매번 간식과 음료를 챙겨 보내주신 간호부 파트장님들,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님, 서울 을지병원 간호국장님, 중환자실, 투석실 간호사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 저희들에게 위로와 응원엽서, 간식들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14박 15일의 긴 MT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MERS 발생시점부터 종료까지의 절차와 관리방법을 경험하였고 어디도 하지 못한 MERS 2차 감염을 막은 최고의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2주간의 코호트 격리 기간을 잘 참아준 나의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과계중환자실 간호사들, 협력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MERS ICU 간호사 파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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