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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천안문에서 군사 퍼레이드 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월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거행한다고 중국 당국이 23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시 주석의 참석을 공표하고 열병식 준비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천안문 열병식은 인민해방군 정예 부대원 수만명이 세계 최장 직선도로인 장안대가(長安大街)를 행진하고 중국 지도자가 이를 사열하는 의식이다. 취루이(曲叡) 인민해방군 작전부 부부장은 “신중국 건국 이래 베이징에서 14차례 열병식을 개최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의 열병식은 많은 부분에서 전임자들의 것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중국 건국 기념일(10월 1일)이 아닌 날 열병식을 하는 건 처음이다. 왕스밍(王世明) 공산당 선전부 부부장은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행사에 머무른 기존 열병식과 달리 해외 각국 지도자와 군대까지 초청한 건 이런 명분에서다. 지난 70년간 극적으로 달라진 중국의 위상과 힘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

정치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의 천안문 열병식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권력의 뿌리인 군을 포함한 모든 권력을 장악했음을 천명하는 의식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부터 59년까지 해마다 국경절에 천안문 광장 열병식을 거행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대로였다. 60∼70년대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혼란으로 열병식이 중단됐다. 마오 사후 당내 투쟁을 거쳐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은1984년 25년만에 열병식을 부활시켰다. 그는 중앙군사위 주석이란 직함만으로 사열대에 섰다. 천안문에서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중국의 권력자란 사실을 각인시켜 준 것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이후 열병식은 10주년 단위의 건국기념일에 행사를 했다. 시 주석도 이 관행을 따른다면 건국 70주년인 201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는 항일전쟁 70주년이란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집권 만3년이 안되는 시점에 사열대에 올라서게 됐다. 이는 시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군부 장악에 성공했음을 상징한다. 전임자와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시 주석은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군 수뇌부들을 제거함으로써 군부의 충성 맹세를 받아냈다. 현역 소장인 뤄위안(羅援) 중국전략문화촉진회 부회장은 "시진핑식 치군(治軍)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도자를 모신 열병식에선 젠15 함재기, 젠20 스텔스기, 쿵징500 조기경보기, 둥펑31A 전략 미사일 등 중국의 최신 전략 무기들이 총망라될 전망이다. 취 부부장은 “현역에서 배치중인 국산 신형 무기들이 처음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꿈꾸는 화려한 열병식에 걸림돌도 있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했지만 얼마나 많은 지도자들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서방 국가 정상들로 하여금 참석을 주저하게 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천안문이란 공간이 갖는 상징성이다. 자국 시위 군중을 유혈 해산해 많은 희생자를 낸 89년 6·4 천안문 사태의 바로 그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89년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소란 지적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중국 당국자들은 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참석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한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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