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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도 추월했다, 21세 메이저 2관왕 스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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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타이거 우즈(40·2002년), 잭 니클라우스(75·1972년), 아널드 파머(86·1960년)와 작고한 벤 호건(1951년), 크레이그 우드(1941년·이상 미국). 메이저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같은 해에 제패한 선수들이다. 골프의 전설들이 모인 만신전(萬神殿)에 미국의 골든 보이 조던 스피스(22)가 이름을 올렸다.

 스피스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채임버스 베이 골프장(파 70)에서 끝난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로 우승했다. 스피스는 파5인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한 타 차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그런데 끝난 게 아니었다. 바로 뒤인 마지막 조 더스틴 존슨(31·미국)이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4언더파로 올라섰다. 존슨은 18번 홀에서 330야드의 대포알 같은 티샷을 날렸다. 두 번째 샷이 더 훌륭했다. 247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자로 잰 듯한 샷을 했다. 공은 핀을 살짝 지나 홀에서 4m 거리에 멈췄다.

 이글 퍼트가 들어가면 우승,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이었다. 그러나 존슨은 두 차례 퍼트를 모두 넣지 못했다. 특히 1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것은 의외였다. 2010년 US오픈, 2011년 디 오픈 등 여러 차례 메이저 우승 기회를 날려버린 경험이 있는 존슨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 별 표정 없이 파 퍼트를 한 뒤 그린 주변에서 기다리던 가족에게 걸어갔다.

 대회가 열린 체임버스 베이 골프장은 그린 상태 때문에 말이 많았다. 잔디가 울퉁불퉁해 선수들이 매우 힘들어 했다. 느린 동작으로 보면 퍼트한 공이 불규칙하게 난 풀에 튕겨 공중에 떠 있을 때가 많았다. 헨릭 스텐손(39·스웨덴)은 “브로콜리 위에서 퍼트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특히 가까운 거리 퍼트에 애를 먹었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 퍼트를 놓친 존슨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존슨이 마지막 홀 4m 거리에서 3퍼트를 한 덕분에 스피스는 운명처럼 US오픈 트로피를 차지했다. 스피스는 “존슨의 감정을 이해한다. 믿을 수 없는 우승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했던 스피스는 이날 US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쓰는 그랜드슬램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은 “스피스가 ‘스피슬램(스피스+그랜드슬램)’ 에 절반 다가갔다”고 했다.

 태어난지 만 21년10개월25일이 지난 스피스는 이날 우승으로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최연소로 메이저 2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1923년 US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21세3개월28일)을 세웠던 바비 존스 이후 최연소로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2위 스피스는 이 대회 우승으로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와 대등하게 맞서게 됐다. 매킬로이도 최종라운드에서 눈부신 샷을 선보였다. 12번 홀에서 1.5m, 13번홀에서 20m 거리의 버디를 잡으면서 6타를 줄였다. 합계 2언더파로 선두를 따라잡을 듯 보였다. 그러나 14번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고 15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결국 합계 이븐파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쳤다.

 팬들이 가장 안타까워 한 선수는 제이슨 데이(28·호주)였다. 그는 2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현기증 증세로 쓰러진 뒤 가까스로 경기를 마쳤다. 귀 안쪽 균형을 잡는 기관이 손상돼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2011년과 2013년 이 대회 준우승을 했던 데이는 3라운드에서 놀랍게도 2타를 줄이면서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그러나 데이는 마지막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굴을 쓸어내리고 눈을 자주 깜빡거리면서 집중하려 애썼다. 캐디에 기대 서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날 4타를 잃고 이븐파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쳤다. 필리핀계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데이는 이전에도 대회 초반 좋은 성적을 냈다가 현기증 때문에 기권한 경우가 있었다. 데이는 “당분간 쉬면서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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