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4, 25호 이승엽 폭죽 쇼···기아는 7연패 늪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의 방망이는 마치 공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듯했다.

최고 1백48㎞에 이르는 진필중의 빠른 공도, 뱀처럼 휘어지는 최상덕(이상 기아)의 슬라이더도 이승엽의 스윙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아래위 구석을 찌르며 날아오는 날카로운 공도 부드러운 대나무 회초리가 휘어지듯 유연하게 돌아나오는 그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승엽이 4일 대구에서 열린 기아와의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홈런 3개를 잇따라 쏘아올렸다. 시즌 25호. '홈런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기세다.

이승엽은 DH 1차전에서 1회말 최상덕에게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뽑은 데 이어 8회에는 진필중의 강속구를 힘있게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의 홈런포는 2차전에서 더욱 가치를 더했다. 1-2로 뒤진 5회말 2사 1, 3루에서 기아 신인 고우석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전날 홈런 1개를 포함, 이틀간 5안타 중 4개를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현재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는 1999년 시즌 최다 홈런(54개)을 기록했을 때보다 빠르다.

이승엽은 99년 54게임에서 25호 홈런을 기록했으나 4일 현재 48경기만에 25호 홈런을 때려 여섯게임 앞서고 있다. 자신의 개인 통산 홈런수도 2백93호로 늘렸다.

삼성은 이승엽의 역전 홈런포를 앞세워 더블헤더 2차전에서 기아를 8-4로 꺾었다. 기아는 1차전에서 마무리 진필중의 세이브에 힘입어 4-3의 힘겨운 승리를 따내 7연패에서 탈출했다.

이태일 기자, 대구=김종문 기자, 대전=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