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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만 한 컴퓨터, 피부 밑에서 인체 정보 분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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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 01면

컴퓨터는 70년 전까지만 해도 무게 30t에 이르는 거대한 기계장치였다. 전쟁 중 군사 암호를 풀거나 포탄의 탄도 거리를 측정하는 데 썼다. 21세기 첨단기술을 장착한 컴퓨터는 형태·기능을 다원화하며 진화해 왔다. 마침내 집게손가락 크기의 스틱 PC와 단추·쌀알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가 나왔고, 빛으로 작동하는 광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액체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컴퓨터를 체내에 삽입해 질병을 진단하고, 뇌에 임플란트처럼 이식해 기억을 삭제·입력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빌 게이츠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향후 10년간 컴퓨터는 전례 없이 혁신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소형·고성능화 기술 어디까지

국내 첫선 스틱 PC 2500여 대 팔려 
미래형 컴퓨터로 불렸던 스틱 PC는 올해를 기점으로 상용화 궤도에 올랐다. 스틱 PC는 USB 형태의 작은 몸집에 윈도 같은 운영체제와 메모리카드, 저장 공간 등을 갖춘 컴퓨터의 본체다. TV·스크린에 연결해 웹서핑을 즐기고, 풀HD 화질의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길이 11㎝, 무게 48g인 대우루컴즈의 스틱 PC는 출시 한 달여 만에 2500여 대가 판매됐다. 쿨링팬을 장착한 인텔의 컴퓨트스틱, 크롬OS를 탑재한 구글의 크롬비트도 나온다.

 크르자니크 최고경영자는 단추만 한 컴퓨터 큐리를 소개하면서 “컴퓨터를 더 작게 만드는 게 컴퓨터 혁명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큐리를 기반으로 인텔은 오클리(안경), 파슬(시계), SMS오디오 등과 협력해 웨어러블 컴퓨터 제품의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예를 들어 큐리를 스키 고글에 장착하면 고글 화면에 스피드·루트·안전 정보가 뜨면서 스키어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웨어러블 제품이 생활에 스며들려면 컴퓨터를 탑재하더라도 기존 제품보다 크거나 무거워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신체에 밀착해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먼지만큼 작은 크기의 컴퓨터인 ‘스마트 더스트’도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 전자컴퓨터공학연구소는 지난 4월, 쌀알만 한 크기(1×2×0.5㎜)의 컴퓨터인 ‘M3(Michigan Micro Mote)’를 개발했다. 초소형이라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연결할 수는 없지만 고주파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피부 밑에 삽입해 혈액 흐름 같은 생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컴퓨터의 초(超)소형화 혁명이 가능해진 건 초정밀 반도체 기술로 전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컴퓨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CPU)에는 모든 데이터 신호를 연결해 전달하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가 있다. 같은 크기의 면적에 더 많은 수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수록 고성능·초소형 프로세서를 구현한다. 1971년 출시된 프로세서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반면, 올해 출시된 프로세서에는 19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빛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개발 눈앞
미래형 초정밀 반도체는 초소형 광 컴퓨터도 가능케 한다. 컴퓨터는 원래 반도체 소자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계산을 수행한다. 그런데 전자 대신 빛을 사용하면 계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불필요한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좋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고려대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는 “전자는 이동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작은 크기의 반도체 소자에서는 열이 많이 발생한다”며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컴퓨터 크기를 더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규 교수의 연구팀은 2013년 상온에서 전기로 구동하는 나노레이저를 개발해 광 컴퓨터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컴퓨터는 CPU, RAM, 하드디스크 같은 소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광 컴퓨터에도 이처럼 빛을 발생시키고, 전달하고, 저장하는 다양한 광소자가 필요하다. 이 광소자들을 서로 연결해 ‘광집적회로’를 만드는 게 광 컴퓨터 개발의 초석이다. 박 교수팀의 연구 덕에 빛을 발생하는 광원 부분을 초소형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원하는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광소자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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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그래픽=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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