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신혼여행은 2연승 한 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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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떠나라."

"싫다. 이기고 나서 홀가분하게 가겠다."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신혼여행 논란이 한창이다. 우루과이전(8일)과 아르헨티나전(11일)에 대비해 3일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소집된 이영표(아인트호벤)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간의 입씨름이다.

네덜란드 리그를 마치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이영표는 3년간 교제해온 장보윤양과 6일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결혼할 예정이지만 결혼식 다음날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두 경기를 모두 치른 뒤 신혼여행을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코엘류 감독은 반대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신혼여행이라는 '대사'를 뒷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코엘류 감독은 3일 저녁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며칠간이라도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우루과이전에서 이영표는 빼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펄쩍 뛰었다. 이영표는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면서 "연승 선물을 국민께 안겨드린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혼여행을)떠나겠다"고 말했다. 각오를 보여주려는 듯 3일과 4일 실시된 훈련에서 이영표는 펄펄 날았다. 참가선수 가운데 몸 상태가 단연 으뜸이었다. 결국 코엘류 감독은 고집을 꺾었다. 대신 코엘류 감독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이영표의 분발에 힘을 얻은 대표팀은 4일 연승 비책을 가다듬었다. 해답은 역시 '반박자 빠른 패스'였다. 코엘류 감독은 "패스로 엮어지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우루과이의 개인기를 무력화하겠다"고 말했다.

코엘류 감독은 1대1 패스, 크로스 패스 등 기초적인 패스훈련을 시키면서도 "일단 볼을 뺏기지 말아야 하며, 빼앗겼다면 재빨리 다시 낚아채야 한다"면서 공에 대한 집중력을 주문했다.

코엘류 감독은 골 결정력 강화를 위해 센터서클에 사각형을 그려놓고 4면을 골대로 사용하는 새로운 훈련방법도 도입했다. 선수들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슛을 날려대는 바람에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김용대(부산)는 곤욕을 치렀다.

대표팀은 오후에는 훈련을 생략한 채 비디오를 보면서 팀 전술을 점검했다. 대표팀은 6일까지 NFC에서 훈련한 뒤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최종 점검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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