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펑펑 '해결사' 박한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장면 1

지난 1일 SK-삼성의 문학경기. 삼성 박한이는 4-5로 한점 뒤진 9회초 1사 1,2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적시타 하나면 경기흐름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병살타였다. 삼성의 2연패, 순위는 현대에 뒤져 3위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장면 2

3일 대구구장. 기아전을 앞두고 박한이는 더그아웃에 혼자였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가 고민이 있는 듯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때(SK전) 병살타 친 게 아직도 분해서요"라고 말했다. 뭔가 일을 낼 듯했다.

'독기'를 품은 박한이가 시작과 함께 폭발했다. 0-4로 뒤진 1회말 박한이는 톱타자로 나서 기아 선발 키퍼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가볍게 갖다 맞히는 듯싶었으나 타구는 펜스 정중앙을 넘어갔다. 6-8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에서 또다시 대포를 날렸다.

이번에는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는 2점짜리 동점홈런이었다. 시즌 5호. 박한이가 하루에 홈런 두개를 날린 것은 200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날 박한이는 5타수3안타ㆍ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발빠르고 재치있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박한이가 대포까지 펑펑 쏘아대자 초반 기아에 눌렸던 삼성도 7점차 역전극을 펼쳐 최근 무기력했던 모습에서 벗어났다.

박한이는 스타군단 삼성에서 '근성'이 돋보이는 선수다. 1일 SK전에서 득점 찬스를 놓친 것이 분하다고 말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또한 3일 기아전에 앞서 특타를 자청할 정도로 노력파이기도 하다.

이러한 근성과 노력 때문에 시즌 개막 후 한때 0.210까지 떨어졌던 타율이 3일 현재 타율 0.314로 뛰어올랐다. 타격 12위다.

박한이는 뛰어난 톱타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출루율에서도 0.397을 기록, 전체 7위에 랭크될 정도다. 박한이가 누상에 많이 나가 공격의 포문을 열고, 뒤이어 이승엽.마해영 등 든든한 후속타자의 지원사격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이 현재 삼성의 주 득점 공식이다. 실제로 박한이는 현재 득점 36점으로 심정수(현대.39점)ㆍ이종범(기아.37점)에 이어 득점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박한이는 "최근 들어 상대 투수가 몸쪽에 집중적으로 던진다. 무리한 스윙 대신 가볍게 밀어치는 기분으로 나선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구=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