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거목」갖고도 치욕의 패배|작전부재의 졸전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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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싱가포르=박군배특파원】답답한 졸전, 수치스런 패배였다. 대단치 않다고 했던 시리아에 어이없이 침몰한 한국축구의 패전은 선수들의 능력을 살리지 못한 우매한 작전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5월 LA올림픽예선때 화랑의 패배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나이 어린 화랑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에 전력상 열세였으나 현재의 프로대표팀은 사우디아아라비아·쿠웨이트·시리아와의 경기에서 나타난대로 대세를 주도할만큼 능력의 우세를 보여주면서도 졸전으로 일관, 실망스런 무승부와 치욕의 패배를 안았다.
경기종료1분전 박창선의 통슛이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온 것이나 후반25분을 전후하여 김석원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에 차단되거나 골대위로 날아가 버린것은 불운으로 돌릴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골이 터지지 않은것은 상대의 효과적인 수비를 깨뜨릴 수 있는 아무런 묘안도, 전략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선봉에 나선 단신 이태호는 장신의 숲에 뭍혀 보이지 않았다.
노련한 LK진도 미드필드를 맴돌기만 했지 상대방의 페널티 에어리어언으로 침투하지 못했다.
어떤 선수는 지나친 전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감독을 원망하기만 했다.
쿠웨이트와 마찬가지로 시리아도 골문을 지키기에 급급했으나 한국은 포워드 두세명을 앞세울뿐 링커나 풀백진은 제자리에서 서성거릴 뿐이었다.
현대축구가 모두 그렇듯이 중동국가들은 수비때는 거의 전원이 최대한 후퇴하고 공격때는 과감히 최대의 인원을 적진에 투입시킨다.
이와는 달리 한국팀은 한골을 잃은채 후반전이 반쯤 지나자 비로소 바쁘게 움직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1,2차전을 계속 무승부로 끝낸후 팀관계자들은 공격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스위퍼를 보던 박성화를 센터포워드로 기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틀동안 심사숙고했다는 문감독의 결정은 당초 패턴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화랑팀에서 콤비를 이루어 많은 실전경험을 쌓았던 정용환 장정에게 문전수비를 맡겨 불만도 했지만 문감독은 이를 외면, 치명적인 실패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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