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덱스·UPS "美서 DHL 쫓아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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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의 양대 화물운송사인 페덱스와 UPS가 미국시장에서 DHL을 쫓아내려고 힘을 합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회사가 강력한 라이벌 관계인데도 현재 하나의 공통 목표에 열중하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DHL을 문닫게 하거나 적어도 경영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택배회사인 DHL은 원래 미국 회사였으나 2001년 11월 독일 연방체신부의 후신인 도이체포스트에 인수되면서 미국 기업에서 사실상 외국기업으로 바뀌었다.

페덱스와 UPS는 이 점을 파고들어 미국 법원에 DHL의 불법 영업 여부를 판정해달라고 제소했다. 미 연방법은 외국인이 미국 내에서 어떤 형태의 상업항공도 운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DHL이 DHL항공을 운영하고 있는데, DHL의 소유주인 도이체포스트가 사실상 DHL을 움직이고 있으므로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두 회사의 주장이다.

페덱스와 UPS는 미국 화물운송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DHL은 소화물 택배를 전문으로 해왔던 회사다. 그런데도 페덱스와 UPS가 DHL 견제에 나선 것은 DHL이 지난 3월 시애틀에 소재한 미국 3위의 화물운송사 에어본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화물운송업에 도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DHL이 에어본을 인수하면 일반 화물운송에서 페덱스와 UPS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경쟁사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덱스와 UPS의 또 하나 걱정거리는 도이체포스트가 DHL항공을 지원하면서 화물운송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년간 미국 내 화물운송 시장을 과점해왔던 페덱스와 UPS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라이벌인 페덱스와 UPS가 힘을 합쳐 DHL항공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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