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2' 화성 찾아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섬을 조사할 때 사용했던 탐사선 '비글호'가 이번에는 화성 탐사에 나선다.

지난 3일 유럽우주항공국(ESA)이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유럽의 첫번째 화성탐사 인공위성 '마르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에 '비글2'를 싣고 예정대로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는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55만㎞로 17년만에 가장 근접하는 해여서 화성 탐사에는 제일 좋은 때다. ESA를 비롯, 제작사인 아스트리움이 1999년부터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스트리움 필립 캄프뇽 아태 담당은 "무엇보다 짧은 기간에 우주개발 역사상 지금까지 가장 적은 액수(1억7천5백만 유로, 약 2천4백50억원)로 발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소유즈-프레가트 로켓에 실려 발사된 마르스 익스프레스는 7개월간의 항해를 해 오는 12월 말 화성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탑재한 비글2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33.2㎏에 달하는 비글2가 너무 빠르게 떨어져 파괴될 경우 그동안의 '공든 탑'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산화탄소층을 통과한 다음 조정이 가능한 낙하산이 퍼져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게끔 설계됐다. 여기에다 고도측정 레이더를 장착, 지면에 닿기 직전 바닥에서 에어백이 터지도록 되어 있다.

안전한 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섭씨 영하 1백25도의 혹한과 시속 4백㎞의 모래폭풍을 견뎌내야 한다.

비글2는 착륙과 함께 모든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자동 점검한 뒤 에너지원을 제공할 4개의 태양빛 집광판을 펼친다. 두대의 카메라로 주변 구조를 찍어 파노라마 사진을 만든다.

비글2는 로봇 팔을 이용해 화성의 토양을 수집하거나 바위에서 긁어낸 뒤 샘플을 가지고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는 등 간단한 실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화성궤도를 돌고 있는 마르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지구로 전송된다.

극지방 주위 궤도를 2백50㎞ 상공에서 타원형으로 도는 마르스 익스프레스에도 화성의 지표와 땅속을 관측하는 레이더 장비와 대기의 수증기 분포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각종 첨단장비가 들어있다.

지층과 대기에서 물이 발견될 경우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