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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손' 요리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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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일본 와세다대 수가노 시게키 교수팀은 최근 로봇 '웬디'가 양손으로 달걀을 깨 후라이를 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달걀 껍질이 완전히 부서지지 않게 사람이 하는 것처럼 깼다.

손가락은 한 손당 네개씩 달려 있으며,손가락 마디별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어린이들도 손쉽게 하는 달걀 깨기이지만 그 장면을 본 세계 로봇계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일은 로봇으로서는 극히 어려우며,첨단 기술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웬디의 손은 사람의 손을 닮은 로봇 손 중 가장 뛰어난 것이다.가정부 로봇 등 사람의 시중을 들 로봇 손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써먹을 만하다는 것이 로봇 과학자들의 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상록 박사는 "한때 로봇 손은 손가락이 세개만 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웬만한 작업을 다 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최근에는 네개가 가장 적당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세 손가락으로 연필을 잡은 뒤 새끼 손가락으로 쓸 바닥을 받친다. 글씨는 손등이나 팔을 움직일 필요 없이 손가락만으로 쓴다. 그 만큼 손가락이 앞.뒤.좌.우.회전 등 정교한 움직임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 손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손가락이 네개라 해도 팔 전체를 움직여야 글자를 쓸 수 있다. 손가락이 두개 또는 세개로는 더더욱 불가능 한 일이다.

공장에서 많이 쓰이는 손가락 두개인 집개형 로봇손은 단순 작업용으로, 가정부 로봇 등에는 적당하지 않다. 보기에도 어색하다.

로봇 손은 로봇 부분품 중 두뇌 다음으로 만들기가 까다롭다. 로봇 개발 역사가 몇십년이 됐지만 큰 발전을 하지 못한 것도 작고, 힘이 세며,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부품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된 로봇 손의 작동원리는 이렇다. 사람 손가락처럼 생긴 로봇 손의 경우 그 손가락 속에 힘줄 역할을 하는 쇠줄을 연결해 당겼다 풀었다하며 동작하도록 한다. 움직이는 힘은 모터에서 나오며, 손가락이 아닌 팔뚝 부위에 십여개가 부착돼 있다.

이 때문에 팔뚝이 기형적으로 커지며,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소형 모터를 부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래야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웬디의 손이 대표적이다. 그 마디에는 위치를 알아내 처리하는 센서도 같이 달려 있다.

즉 오이를 얇게 썰려면 칼을 쥔 손가락이 어느 위치까지 가서 멈춰야 오이를 완전하게 자르게 되는지를 안다. 지금까지는 힘센 소형 모터에 위치추적센서까지 내장하기가 어려워 로봇 손에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미국 바렛.오데틱, 독일 칼스루에공대,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도 웬디의 손과 같은 것을 개발하고 있다. 머지않아 가정용이나 사람 시중을 드는 로봇 손은 이처럼 손가락 마디마디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손을 닮은 것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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