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밤중에 만나는 셰프의 요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미식형 심야식당이 뜬다

심야식당은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신사동에 있는 심야식당 ‘루이쌍끄’ 이유석(왼쪽) 오너셰프가 단골 손님과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일식에서 프랑스·이탈리아식까지 다양화
신사동 ‘루이쌍끄’ 서래마을 ‘르 쁘엥’ 등
미식가도 만족할 요리, 부담없이 단품으로

저녁 6시. 대부분 사람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 있다. ‘심야식당’이다. 심야식당은 저녁에 문을 열어 밤늦은 시간까지 식사와 술을 함께할 수 있는 식당을 말한다. 특히 맛있는 요리를 내세운 미식형 심야식당은 몇 년 새 인기가 높아졌다.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강남·홍대·연남동·이태원을 중심으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고깃집, 술집, 와인바까지 저녁에 문을 여는 곳은 많다. 더군다나 감자탕·순댓국 전문점처럼 24시간 문을 여는 곳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식당을 찾는 이유는 뭘까.

술보다 음식이 주인공인 심야식당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준다. 와인바나 싱글몰트바는 술이 주인공이다. 아무래도 음식의 가짓수나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심야식당은 음식이 주인공이다. 이윤화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대표는 “과거엔 한밤중에 먹는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지만 전반적인 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밤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었다. 미식형 심야식당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심야식당이라고 하면 일본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으로 일식 이자카야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엔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중국식까지로 폭이 넓어졌다. 코스로만 즐길 수 있던 고급 요리를 단품으로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실력 있는 유명 셰프들도 고급 레스토랑 대신 편안한 분위기의 심야식당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서래마을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싸브어’의 진경수 셰프는 지난해 서래마을에 ‘르 쁘엥’을 열었다. 라싸브어가 파인 다이닝이라면 르 쁘엥은 라싸브어에 나오는 요리 가격의 3분의 1 정도인 단품과 50여 가지 와인을 판다.

 맥주 등 주류와 안주 위주인 펍(pub) 형태의 심야식당은 2010년 압구정 로데오거리(신사동)에 문을 연 ‘루이쌍끄’를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 요리 위주의 단품 메뉴가 중심이었다.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는 “당시 압구정·청담동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밤 10시면 문을 닫았기 때문에 한창 얘기가 무르익을 시간에 손님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늦게까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은 식사하러 왔다가 가볍게 와인을 한 잔 마시기도 하고 반대로 저녁 식사 후 찾아와 술을 마시며 간단한 요리를 주문하기도 한다. 지난 3월 해방촌에 문을 연 ‘쿠촐로’는 이탈리아식 심야식당이다. 김지운 쿠촐로 오너셰프는 “파스타나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찾아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

메뉴 대부분 1만~3만원대 가격

잘나가는 심야식당의 셰프들은 재료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2012년 동부이촌동에 문을 연 ‘이꼬이’는 가정식 일본 요리와 술, 맥주를 파는 심야식당인데 음식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에는 이꼬이 메뉴의 레시피를 소개한 책 『이꼬이에 놀러 오세요』를 출간했다. 정지원 이꼬이 오너셰프는 “마늘·생강 같은 기본 재료부터 돼지고기 등 주메뉴의 재료까지 국내산만 고집하며 각 재료의 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격도 부담이 없는 편이다. 심야식당의 메뉴 대부분은 1만원부터 3만원대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코스 요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격식 따지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

심야식당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편안한 분위기다. 좋은 요리를 내놓지만 가게 분위기는 캐주얼하다. 루이쌍끄는 격식을 갖춘 듯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테이블보를 없앴다. 쿠촐로는 와인을 물처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와인잔 대신 일반 컵에 와인을 담아 준다.

이런 분위기는 규모가 작아서 가능하다. 대부분 심야식당은 20~30석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셰프(주인)와 손님 간의 관계도 친밀하다. 손님의 취향을 기억해 뒀다 알아서 챙겨주기 때문에 손님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오픈 주방이 많고 주방 앞 카운터(바) 자리가 있어 요리하는 셰프를 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 오너셰프는 “바에 앉은 손님들에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다 보니 손님들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가격 부담이 적어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것도 최근 인기 끄는 심야식당의 공통점이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