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정치해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오는 88년6윌까지 정치활동이 금지되었던 인사가운데 84명이 추가해금되었다. 5공화국 출범이후 3차에 걸친 이번 조치로 총선을 앞둔 정국에 하나의 활력소로 향후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전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정치와 사회의 안정을 가일층 성숙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80년11월에 제정된 이 특별조치법은 제5공화국의 디딤돌이 되었었다. 이제 집권4년을 넘기며 그동안의 치적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총선거를 눈앞에 두고 해금한것은 그 나름의 뜻이 있다.
지금에 와서 이법에 묶였던 사람들이나 그 이유에 대해 새삼 얘기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이 법이4·19후의 민주당정부나 5·16후 군정때의 소급 입법에 또 하나의 선례를 추가한, 우리헌정사의 어두운 그림자 였음은 지적치 않을수 없다.
법에는 『개전의 정이 현저한자에대하여』해금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누구를 풀고 누구를 계속 묶을지는 「개전의 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이법이 제정된 정치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같은 법규정은 구구한 소절에 불과한 것이다.
더우기 국민의 심판을 받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을 생각하면 이문제에 대한 대응은 보다 거시적이고 대국적인 것이었으면 하는것이 많은 국민의 솔직한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집권당은 보다 당당하고 홀가분하게 선거를 맞는 자세가 더 의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15명의 정치인이 규제의 대상으로 남아 있지만 이번에 해금된 84명은 앞으로 정국에 어떤 모양으로든 영향을 미칠것이다.
이미 선거채비를 갖춘 민정당과는 달리 야권은 신당설등으로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는것 같다.
어디서 누가 출마하고 그에 따른 당락이나 정치판도를 성급히 예측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방학」에서 풀린 사람들의 재등장이 이나라 정치발전에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할것인지에 우선 관심이 간다.
격동의 4년을 보내면서 피규제자들은 많은것을 보고 느꼈으리라. 그동안 국민의 의식이 얼마나 변했으며 참다운 민의가 어디 있는지도 체험했을 것이다.
과거의 정치행태가 어떠했는지는 별문제로 하더라도 구시대의 정치에 책임이 있는 이들로서는 앞으로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남다른 반성과 노력이 있어야 할것이다.
정치인들에게 너무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라는것은 무리한 요구같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가 당면한 현실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정치일선에 나서주기를 당부하는 마음 간절하다.
목전의 이득에 연연한 나머지 대세를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것은 정치인이면 누구나 지녀야할 기본자세다.
이제 3차해금은 전면 해금에까진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민주국가에선 「국민의 심판」이상의 냉엄한 심판이 없으며 그것은 정치발전의 요체라는 사실을 생각할때 정치규제와 같은 부자연한 사태는 다시 없어야 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