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쥐 등 숙주동물 연구해 감염병 발생 시기 예측 … 한발 앞선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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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람들 사이에 감염병이 퍼지는 걸 예측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역 방법도 있다.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숙주동물의 생태를 파악해 병에 걸릴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의 숙주동물인 낙타는 3월께 새끼를 낳는데 그 직후인 4∼5월 중동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이 잦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 낙타의 출산 시기가 화제를 모았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지난 4월 설치류의 생애 주기·서식지·이동 경로 등을 분석해 지역별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설치류는 4개의 다리와 날카로운 앞니를 가진 척추동물을 가리킨다. 쥐·비버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총 2277종의 설치류 가운데 217종이 유행성출혈열(한타 바이러스)·광견병(라비스 바이러스) 등 66개 인수(人獸) 공통감염병을 옮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중 79종은 복수(2~11개) 병원체를 옮기는 ‘수퍼 전파자’로 지목됐고, 50종은 향후 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90% 이상인 ‘잠재적인 숙주’로 손꼽혔다.

 바이러스 자체의 변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해 바이러스의 RNA 3개 염기 조합(cordon·코돈) 변화를 분석하는 심플루(SimFlu)란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코돈은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은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구성한다. 코돈이 달라지면 그만큼 변종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KISTI 연구팀은 현재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2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발견된 1400여 개 메르스 바이러스의 코돈을 분석 중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 바이러스가 변화해 온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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