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5억원 현상금 붙은 테러리스트, 미군 폭격에 사망

중앙일보

입력

2013년 영국 석유회사 BP의 알제리 가스전에서 대규모 인질극을 벌여 40명을 숨지게 한 알제리 출신의 테러리스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

리비아 정부는 벨모크타르와 대원 다수가 전날 밤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14일 밤 긴급 발표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스티브 워런 대령은 “대 테러 폭격은 미군기로 이뤄졌으며 타깃은 벨모크타르였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의 사망 여부엔 신중했다. 법의학 검사가 덜 끝나서다.

워런 대령은 “작전의 성과를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공개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구체적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벨모크타르가 미국과 서방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인물로 폭격을 받아 마땅했다”고 말했다.

한밤 중 긴급 발표를 할 정도로 그는 테러리스트계의 거물 중 거물이다. 특히 사하라 지역에선 가장 유명한 군벌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서방의 인명뿐 아니라 자산까지 공격한 그에게 500만 달러(약 5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는 구 소련 철수 이후 불거진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19살의 나이로 참전했다. 93년 알제리로 돌아와선 친 프랑스 알제리 정부가 이슬람세력의 총선 승리를 무효화하면서 시작된 알제리 내전(1992-1997)에서 총을 들었다. 이후 말리에 근거한 알카에다의 마그레브 지부(AQIM)를 이끌었다.

2003년 유럽 관광객 32명을 납치했고 2007년 알제리 세관원 10명을 살해하는데 가담했다. 당시 그에게 납치됐던 캐나다 외교관인 로버트 파울러는 “그가 행사하는 ‘차분한 권위’에 깊은 인상을 받곤 했다”고 말했다.

AQIM 내부 갈등으로 2012년 별도 무장조직인 ‘알물라타민’(복면여단)를 꾸렸지만 알카에다에 대한 충성 맹세는 계속했다. 그가 자신의 무장 조직으로 벌인 일 중 세계적 악명을 떨친 게 2013년 알제리 가스전 인질극이다. 800여명을 붙잡았다. 서구 인질도 상당수였다. 알제리군의 진압작전이 끝났을 때 영국인 6명과 미국인 3명 등 40명이 숨졌다. 미 국무부가 알물라타민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게 된 계기였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살해설이 돌았지만 건재를 과시하곤 했다. 조직 내에선 ‘에미르’(이슬람의 왕)로 불렸다.

그는 신출귀몰한 애꾸눈으로 담배뿐 아니라 무기·의약품 등의 밀수에 능해 ‘미스터 말보로’로 불렸다. 동시에 20여년 아프가니스탄부터 북아프리카 사하라를 누빈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였다.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존경심에서 아들에게 오사마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