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억5000만弗 공사비로 위장 北에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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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건설이 1억5천만달러(약 1천6백72억원)를 해외 공사비로 위장해 일본.오스트리아.마카오의 북한 계좌로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특검 수사 등을 통해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대출금 2억달러를 보낸 경위는 대부분 드러났지만 현대건설의 송금 과정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송두환(宋斗煥)특검팀과 현대.금융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00년 6월 9일 외환은행 서울 계동지점을 통해 1억5천만달러를 해외 공사용 대금으로 런던.싱가포르 지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중 1천억원은 산업은행에서 4천억원을 빌린 현대상선이 현대건설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마련했으며 6백72억원은 각종 공사대금을 받아 충당했다.

현대건설은 런던과 싱가포르 지사로 보낸 돈을 다시 일본.오스트리아.마카오에 있는 북한 은행.회사 계좌 10여곳으로 나눠 송금했다.

하지만 일부 송금액이 은행 휴무일이 겹치는 바람에 북한 측이 정상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한(6월 10일) 이후인 12일에야 북한 계좌에 들어갔다.

현대 측은 또 대북 송금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추진하는 공사 비용인 것처럼 이 돈을 위장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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