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기술의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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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고 도입된 기술도 비교적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도입기술을 완전 소화하거나 개양 또는 자체개발에는 크게 미흡한것으로 보도되었다.
이같은 결과는 산업은행이 2백52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 기술 실태분석에서 나타났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대목은 이같은 도입기술의 개량이나 자체개발의 부진이 주로 자금부족과 기술축적 부족에 기인하고 있는 점이다.
산업계의 기술축적은 기술의 발전과정으로 미루어 의욕과 관심만으로 단시일에 해결할수 없다해도 국내 산업계가 기술개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도 자금부족이나 기술에의 접근수단이 한정돼 있는 탓으로 의욕만큼 실적이 따르지 못하면 이는 단순한 산업계만의 문제라 보기 어렵다.
산업은행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의 90% 이상이 기술관련 부서를갖고 있는데도 자체개발능력과 개발비용때문에 외국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상당수의 업체가 기간단축을 위해 자체개발보다 기술도입을 선호하는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현실은 일면 시장대응의 기동력을 살린다거나 기술개발의 경제성을 살리는데 유익한것처렴 보이나 장기적·동태적으로 보면 기술력의 기반확충에 도움이덜 되고 기술개발의 총체적 코스트를 높일뿐 아니라 기술의 해외의존도를 개선하는데도 장애가 된다.
따라서 기술도입은 개발초기 단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일단 도입된 기술은 완전 소화하고 개량해서 도입기술의 토착화를 추구해야하며 이를 위한 여러 종류의 협동적 개발노력이나 자금지원이 뒤따라야 할것은 물론이다.
정부와 업계도 이런 문제에 대한관심이 높아져 최근에는 연구개발지원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모험투자나 선단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여러 형태의 기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어떻게 한정된 기술인력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공급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금융이나 조세등에서의 자금지원이나 혜택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산업시스템으로서의 기술개발과 협동작업의 형태가 되어야 할것이고 이는 곧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산업계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을 의미한다.
또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기술개발의 산업화·토착화를 위해 불가피한 개발효과의 확산문제이다. 기술개발이라면 으례 독점적·배타적선단기술만 연상하게 되나 이런 형태의 개발방향은 기술개발의 코스트를 높이고 재내기술이나 기존 기술축적과의 연계가 멀어질수 있다.
다행히 최근들어 기술개발의 정책방향이 구체적·목표지향적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현실적인 수요를 중시하는 연결전략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곧 개발하고 혁신해야할 재내기술과 새롭게 뛰어넘어야할 선단기술과의 조화를 의미하며 그 결과는 현실적인 당면과제인 수출의경쟁력 제고와 국제수지 개선은 물론 기술개발의 산업화·토착화에도기여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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