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로 3개월 수사 20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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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다양해지다 보니 수사는 더 힘들고 어려워져 갑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던 문신 병역비리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파헤친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동창주(35.사진)경장.

그는 동료 셋과 함께 지난 3월초부터 3개월간 온.오프 라인에서 쫓고 쫓기는 두뇌게임을 펼친 끝에 지난 달 26일 병역기피자 20명을 붙잡아 17명을 구속시켰다. 이들은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입영 대상인 1~3급을 받았지만 1백만~2백만원을 주고 몸에 꽃.동물 등을 그려 넣은 뒤 재검에서 4급 보충역으로 빠졌다.

동경장은 지난 3월 미용성형 등의 무자격 시술자를 쫓던 중 '문신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린 사이트를 발견하고 추적에 나섰다.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군대를 가야할 사람처럼 꾸몄습니다. '몇달 후 신검을 받는데 현역으로 가기 싫다'는 e-메일을 보내 접근했죠.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도 신분이 탄로날까봐 e-메일로만 대화했습니다."

수사하면서 인터넷 모집책의 신분을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들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e-메일을 새벽에만 열어 보는가 하면 여관.PC방 등을 옮겨다니며 작업했기 때문이다.

숱하게 새벽까지 잠복하며 수십여통의 e-메일을 주고 받고 여관 등 현장을 찾아다닌 끝에 지난 달 중순 모집책을 잡고 현역입영 기피자 다수를 적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동경장은 육군 3사관학교를 나와 군에서 6년간 근무하다 대위로 예편, 1996년 경찰에 특채됐고 사이버수사대에서 2000년 창설시부터 근무하고 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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