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군락' 주민 보호운동으로 되살아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1백여년 간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 숲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이 보호운동에 나섰다.

충남 천안 시내에서 광덕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광덕면 매당3리 댕기울마을.

이 마을 왼편으로 펼쳐지는 논 사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는 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1백30여년 전 이 마을 조상들이 태학산 자락의 끊겨진 지세(地勢)를 마을까지 잇고 차가운 북풍으로부터 가옥과 논밭 작물을 지키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 1백50여 그루가 2백여m에 걸쳐 빼곡히 차 있었던 것이 지금은 30여그루만 남았다. 1970년대 경지 정리 때 상당수가 베어진 데다 주민들의 보호 의지가 약해져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면사무소에 소나무 보호 대책을 호소했고, 이에 힘입어 지난해엔 영양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몇 그루가 잇따라 죽자 주민들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고 천안시는 최근 소나무 보호를 위해 추경 예산에 5천만원을 편성했다.

시는 예산안이 통과되는 대로 소나무 군락지와 가까운 논을 매입해 농수로를 바꾸는 등 생육조건을 좋게 만들어줄 계획이다. 한켠엔 육각형 정자도 설치해 주민들 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았다는 이태용(75)씨는 “2차세계대전 말 일제가 군수물자로 쓰기 위해 관솔(송진덩어리)을 공출할 때도 이 곳 소나무에는 손을 대지 않고 다른 산에서 송진을 채취했을 정도로 조상들은 이 소나무들을 아꼈다”며 “천안시나 충남도가 보호수림으로 지정해 다시 소나무를 심어 옛 모습을 재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