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호암상 사회봉사상 선우경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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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말은 쓰지 말아 주십시오."

제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은 선우경식(鮮于景植.57)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요셉의원 원장은 수상 소감을 말해 달라는 요청에 이 말을 먼저 꺼냈다.

행려자.알코올 중독자.노숙자.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16년간 무료 진료 활동을 해온 鮮于원장은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며 의료 봉사진과 후원회원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선행이 슈바이처에 비유되며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킹스브룩 메디컬 센터(일반내과)를 거쳐 1980년 한림대 교수로 임용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82년 신림10동에서 '사랑의 집'이라는 주말 진료소를 열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속적인 봉사 활동을 위해 영등포의 속칭 '쪽방 골목'에 요셉의원을 개원하게 된 것이다. 요셉은 그의 세례명이다. 이곳에서 그는 결혼도 잊은 채 봉사활동에 푹 빠져 살아왔다.

鮮于원장은 요셉의원에서 의료진 1백20여명, 봉사자 6백여명, 후원회원 1천2백여명을 이끌며 하루 1백여명, 연간 2만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낮 근무를 마친 의사.간호사들이 이곳에 들러 오후 9시까지 진료하고 봉사자들은 환자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주방 봉사를 비롯해 빨래.청소 봉사까지 각자의 분야를 책임진다.

이곳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무적자,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 노동자 등 국가 의료 보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지난 4월에는 요셉의원의 정신과 활동을 알리고 판매 수익금으로 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잡지 '착한 이웃'을 창간하기도 했다.

'외교관 시인' 이동진 전 나이지리아 대사가 편집인 겸 발행인이며 작가 유홍종씨가 편집주간을 맡은 이 잡지는 각계 각층 집필자들의 원고를 기증받아 싣고 있다.

"지난 16년간이 매순간 고비였고 바람 잘 날 없었다"고 소회를 밝히는 鮮于원장은 "앞으로는 진료뿐 아니라 소외된 이들의 자활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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