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 환매채로 빠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은행 금리체계가 이상하게 돼있다.
91일짜리 환매채금리(연12.7%)가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6%)의 2배가 넘는가 하면 1억원 이상짜리 CD(양도성예금증서)는 중도환매가 안되는데도 연11%의 금리가 붙고 중도환매가 가능한 10만원 이상짜리 환매채는 91일만 넘으면 연12.7%의 금리가 붙는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세후 수익률(연8.65%)과 비교해도 91일짜리 환매채의 세후 수익률 연11%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정기예금·적금은 중간에 찾을 수도 없고 예치기간이 긴데도 금리가 낮고, 환매채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기간이 짧은데도 금리가 높은 모순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금리 체계 하에서 저축의 주체인 가계가 자발적으로 장기은행예금을 들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고 벌써 기존 정기 예·적금을 해약하고 환매채를 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금리가 올라서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수익률이 연10.47%, 정기적금은 10%다.
당국의 의도대로 판매자금이 환매채로 유입되기는커녕 자칫하면 기존의 은행 가계저축이 금리가 훨씬 높은 환매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관계자들은 이같은 금리체계 하에서 은행예금은 결국 구속성예금·목적부예금(상호부금·주택청약예금)화 할 수밖에 없고 적극적으로 가계 여유자금을 유치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게 됐다고 걱정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