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완화"선전이 다급해진 북한|순조릅게 출범한 남북적 예비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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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경제회담의 비교적 순탄한 출범에 이어 20일 열린 남북적 예비접촉에서도 제8차 남북적본회담 서울개최가 손쉽게 합의됐다.
원만한 출발이 곧 회담의 순항과 결실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9월 북적의 수재물자제공제의를 수락함으로써 숨통이 틘 뒤 남북간에는 오랜만에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날 예비접촉에서는 11년여만에 본회담을 재개하는 문제에 관해 비록 당시에 합의됐었던사항이긴 하지만 회담장소·의제·대표단 구성등 회담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을 단숨에 재확인, 합의했으며 그밖에 합의를 못본 사항도 지엽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소한 문제였고 이견폭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한적이 지난 11년간 줄기차게 촉구해온 적십자본회담 재개를 외면만 해오던 북한측이 이렇게 선뜻 응하고 나선 까닭이 무엇일까.
북한은 아웅산 사건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국내경제난의 타개를 위해 대미·대일 접근을 집미의 관심사로 삼고있다. 그러나 대미·일 접근의 숨통을 트기 위해선 대남긴장의 완화와 제한된 분야에서나마 남북한의 교류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렇기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제한된 목표로나마 어느 단계까지는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북한의 비교적 적극자세는 중공의 개방정책 및 자본주의적 실험의 영향을 받고있으며 북한의 합영법은 바로 그러한 증거라 할수있다.
우리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릭픽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차원에서도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때문에 최소한 어느 수준까지는 남북대화는 진척될 것이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던 남북적본회담에 응해 온것도 그러한 분위기의 일안으로 봐야할 것 같다.
그렇다면 막상 본회담이 열리면 1천만 이산가족의 재회문제해결에 과연 실질적인 진척이 있을 것인가.
남북적 본회담의 재개가 곧 그러한 결실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아직 어디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20일의 예비접촉에서 북한측은 보도진의 수를 25명에시 50명으로 늘리고, 서울과 평양에서 열릴 제8, 9차회담을 축제분위기에서 공개로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북적의 제의는 남북적회담재개를 선전목적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72년의 적십자본회담 진행과정을 봐도 평양과 서울서 열린 1, 2차 본회담은 축제적 성격이 짙었고, 실질적 토의가 시작된 3차회담에서부터 북한측은 대한민국의 법률적·사회적 조건환경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소위 「선행조건」을 제기해 회담진행에 난관을 조성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선행조건은 △남한의 법률과 사회적 환경개선 △적십자 요해해설인원의 파견 △사업범위와 방법은 본인의 호소와 요구에 따른다는등 4개항목으로 특히 법률·환경의 개선은 반공법(현재 폐기됨)과 국가보안법등의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서 회의진행을 사실상 기피하려는 의도였다.
북적이 8, 9차회담을 특정화시키면서 「공개」·「축제분위기」운운하는 것도 과거회담장을 정치선전장화한 예에 비추어 본회담 전도에 일말의 걱정을 갖게한다.
북적이 아직 법률 환경개선론 같은 종전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있는 이상 적십자 본회담이 재개된다해서 1천만 이산가족의 비원해결에 실질적 진전은 이룩하기위해 우리로선 대내외적인 역량과 노력을 동원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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