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交戰?" 긴장의 연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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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해 연평도는 겉으로 평온해 보였지만 긴장감이 엿보였다.

지난 1일과 2일 북한 어선들이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이 경고 포격까지 했는데도 이날 또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와 서해 꽃게어장에는 기관총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이날도 연평도 주민들은 정상적으로 꽃게잡이 조업에 나섰다.

3일 오전 7시 연평면사무소에서 울리는 '풍어의 노래'에 맞춰 꽃게잡이 어선 53척이 당섬부두를 출항했다. 어선이 일제히 바다로 나간 연평도는 한산하고 평온했다. 부둣가에는 관광객들이 낚싯대를 들고 우럭을 잡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외항 밖에 정박해 있는 해군 경비함이 갑자기 긴박해질 수도 있는 대치상황을 상징하고 있었다. 이날 조업에 나섰던 배들은 오후 6시쯤부터 꽃게를 가득 싣고 속속 돌아왔다. 그물에 걸린 꽃게는 평소의 하루 어획량인 15t을 훌쩍 넘어 20여t에 이르렀다.

인양호 선원 김만수(34)씨는 "오늘처럼 꽃게를 많이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만 계속되면 좋겠다"며 고된 작업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북한 어선의 잇따른 침범으로 조업에 지장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1일 바다에서 울리는 함포 소리를 듣고 "또 교전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는 주민도 있었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어민들은 1999년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서해교전으로 조업 중단이나 단축 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꽃게철이라도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어선까지 서해 꽃게 어장을 넘보고 있어 어민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최근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어 불법 조업하다 잡히는 중국 어선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1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24마일 해상에서 우리측 EEZ를 1마일 가량 침범해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 노영어 1774호(1백t급)를 나포했다.

인천해경이 지난달부터 나포한 중국 어선은 모두 22척으로 지난해 나포한 19척을 이미 넘어섰다. 나포한 중국 어선에서는 꽃게가 1백~6백kg가량 발견되기도 했다.

연평도=정영진 기자, 인천=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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