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살리기로 잠정 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SK글로벌 채권단은 3일 SK그룹이 제시한 SK글로벌 회생안을 수용키로 했다.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 공동대책팀은 SK그룹과 SK㈜의 국내 매출채권 1조원 중 8천5백억원을 출자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최종 실사평가를 거친 뒤 채권단 전체 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SK 측으로부터 정상화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후 출자 전환 방식 등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채권상환유예가 끝나는 18일 이전에 열릴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전체 채권단의 75%가 찬성할 경우 SK글로벌은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의 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해외채권단 등은 "국내 채권단이 원칙없이 정상화 방안에 동의해줬다"고 반발하면서 개별적으로 청산절차를 밟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채권단의 합의에) 찬성하지 않는 채권 금융회사는 청산가치(35%)만 받고 빚을 털고 나가는 캐시 바이아웃(채권매수청구권)을 통해 채권단에서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의 연간 이익창출능력을 4천3백억원으로 맞추되 이에 미달할 경우 1천5백억원을 추가로 출자한다는 조건을 붙여 자구계획을 수용하기로 했다. 해외채권 5천억원은 전액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대부분 감자한 뒤 금융사별로 채권액 비율에 따라 총 3조원 이상을 출자전환하는 한편 그래도 자본잠식(4조3천억원)을 모두 털어내기 어려울 경우 SK글로벌을 당분간 상장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SK그룹은 이날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식(3.55%) 중 1백40여만주(1.6%) 등을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SK 측은 SK글로벌의 부실 해외법인을 청산한 뒤 정보통신.에너지.철강.패션 등 4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고, 출자전환과 함께 SK증권 등 계열사 주식과 부산 사옥, 선혜원 등 부동산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홍병기.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