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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가장 궁금한 감염자 동선, 늑장 개설한 정부 포털서도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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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10일 문을 연 메르스포털(www.mers.go.kr) 사이트의 ‘메르스 대응 지침 바로가기’ 배너를 누르면 경찰 현장 매뉴얼, 국제행사 가이드라인, 국가지정병원 운영 교육자료가 나온다. 확진환자가 노출된 병원에 다녀갔거나 고열·기침 증상이 있는 사람이 참고할 정보는 거의 없다. 메르스의 일별·시간대별 확산 추세를 보여주는 자료는 있으나 몇 번 환자가 어느 지역·어떤 병원을 언제 거쳐갔는지 알 수도 없다. 정부는 대국민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이 사이트를 만들었으나 유용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 3주가 지났으나 정부의 소통 방식은 이런 수준이다.

 일반 시민이 감염 예방을 위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는 감염자의 동선이다. 메르스 확진자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어디에서 지냈고, 어떤 공공시설을 이용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전문가들도 동선 공개가 추가 감염을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보 공개는 환자가 있었던 시간·공간을 분명히 제시해서 접촉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해 광범위하게 노출자를 발견하자는 취지다.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보건당국이 노출 정도를 평가한 뒤 검사를 할지 자가격리를 할지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던 병원 이름을 공개하길 거부하다 뒤늦게 이름만 알려주다 보니 시민은 SNS에서 유통되는 미확인 정보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매일 브리핑에서 알려주는 확진자 정보도 통계 위주다. 감염자의 지역이나 동선을 즉각 제공하지도 않는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을 밝힐 뿐 최종 방문한 병원 정보는 알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이 확진 또는 의심환자 동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9일 서울 금천구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성심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할 때 메르스에 감염된 93번 환자의 상세한 동선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 병원을 나와서 27번 버스, 1호선 전철, 마을버스를 이용해 시흥동 자택으로 돌아왔으며, 2~8일에 영등포구 소재 서울복지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양천구는 98번 환자가 9일 이대목동병원에서 확진되기까지 거친 동선을 10일 언론에 공개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보건당국은 모든 감염자의 동선을 공개해 국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감염 위험을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환자 발생 병원 이름만 공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언제 소독했고, 감염 의심자들을 격리했으며, 역학조사가 끝났는지 여부를 알려 주어야 국민이 병원 이용에 관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미국 정부는 감염자 정보를 낱낱이 공개했다.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인 의료진의 실명을 공개하고, 개인 동선까지 조사해 발표했다. 간호사 앰버 빈슨이 방문했던 웨딩숍과 1차 감염자인 크레이그 스펜서가 다녀간 식당·볼링장과 이용한 지하철 노선도 대중에게 알렸다.

박현영·신진 기자, 뉴욕=이상렬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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