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에 꼭 맞는 러닝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슈어] 글로벌 러닝화의 새 화두는 맥시멀리즘이다. 조만간 앞이 뭉툭하고 두툼한 아웃솔을 단 디자인이 러닝화 코너를 뒤덮을 것이다.

디자인만 보고 신발을 고르는 여자들에게 러닝화의 새 디자인은 달갑지 않다. 앞이 뭉툭하고 전체적으로 두툼한 신발이 썩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다. 2005년 출시된 ‘나이키 프리’가 이끌어온 심플하고 가볍게 고안된 러닝화 디자인과 비교가 된다. 이제껏 러닝화 시장을 지배한 디자인 키워드는 바로 ‘미니멀리즘’이었다.

나이키 프리의 탄생이 혁신적이었던 것만큼 러닝화 디자인이 심플해진 이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멕시코의 타라후마라(Tarahumara)라는 토착 부족은 평평한 샌들을 신고 160km 이상 달리는 데도 부상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 보행 역학을 연구한 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만 박사의 이론이 더해진다.

그들은 땅에 착지할 때 앞꿈치로 디디는데, 뒤꿈치로 착지하여 달리는 러닝화를 신은 러너와 비교했을 때 보행이 덜 흔들린다는 것이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맨발 달리기의 예찬론자가 되어 이에 관한 이론을 <본 투 런(born to run)>(2010)에서 다뤘다. 그리하여 전 세계 러너들의 이목은 맨발로 흙바닥을 달리는 ‘베어풋 러너(Barefoot Runner)’에 집중되었다.

베어풋 열풍으로 러닝화는 미니멀해졌다. 달리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앞꿈치로 착지할 수 있도록 앞뒤 높이 차이가 거의 없이 평평한 아웃솔이 고안되고, 두툼한 쿠션도 사라졌다. 소재 또한 매우 가벼운 것을 사용해 신발을 최대한 발에 밀착시켰다. 아주 극단적인 디자인도 등장했다. 발가락 모양대로 디자인 된 ‘비브람 파이브핑거스’까지 출시되었으니, 베어풋 러닝화의 인기는 기념할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역학적인 측면에서다. 미니멀 러닝화는 러너의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등에 잦은 부상을 유발했다. 아주 가벼워진 러닝화를 신은 러너들은 맨 처음 맨발인 것처럼 날아갈 듯이 달렸지만, 부상자가 속출한 것이다. 맨 처음에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족저근막염 완화도 개선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타라후마라 부족처럼 푹신한 흙바닥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개선이 필요했다.

러닝화 개발자들은 그들처럼 앞꿈치로 착지할 수 있도록 ‘제로 드롭(Zero Drop)’ 이론을 적용하되, 충격 완화를 위한 쿠셔닝을 장착했다. 그리고 다섯 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편안하게 펴진 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앞볼이 넓어진 디자인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그간 넓적한 발을 좁은 신발에 구겨 넣어온 것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여자의 눈에는 앞코가 좁고 군더더기 없이 슬림한 디자인이 예쁘다. 아웃솔의 앞뒤 높이 차이가 거의 없고 딱딱하며 폭이 좁은 플랫 슈즈나 슬립온처럼 말이다. 러닝화 트렌드를 읽다가 결국 여자들이 선호해온 신발은 발 건강에 좋지 않음을 깨닫는다. 본인은 달리기를 하지 않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선호하는 패션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를 고를 때 러닝화의 맥시멀리즘 경향을 재고할 필요는 있다. 어쨌든 발의 건강은 지킬 필요가 있으니까.

1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뒤꿈치 부분에 안정성을 더한 러닝화. 알트라 ‘프로비젼2’ 15만6천원 kloufitter.com

2 아치가 낮은 발에 적합한 안정화. 미드솔 플랫폼이 강화되었다. 뉴턴러닝 ‘우먼스 모션3’ 18만5천원 newtonrunning.co.kr

3 제로 드롭 플랫폼을 적용한 26mm 아웃솔이 특징인 트레일 러닝화. 알트라 ‘론픽 2.0’ 15만6천원 kloufitter.com

4 러너에게 두루두루 적합한 러닝화. 뒤꿈치의 안정성을 구현했다. 뉴턴러닝 ‘우먼스 그래비티3’ 18만5천원 newtonrunning.co.kr

기획 슈어 한지희, 사진_김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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