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 「변신」이 급하다"|원광대 학술강연회…각 종교 입장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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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종교계는 급속한 산업문명의 발전에 적응할 종교자체의 자성적인 근대화 방향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원광대의 지난주 「한국종교의 근대화방향」을 주제로 한 박길진총장 고희기념학술강연회는 불교·유교·기독교·원불교 학자들이 자리를 같이해 근대화에 대한 각종교의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불교적 입장의 이기영박사(동국대)는 『불교는 아직 사회의 주동적 추진세력이 못된채 사회주변에 머무르면서 전세기의 유물처럼 위축된 존재로 자처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자문한 뒤 『불교근대화는 제도·종단구조·신도관리 사찰경영·의식등을 거론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정신자세를 바꾸는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교적 입장의 이을호 박사(광주박물관장)는 8·l5이후의 서구사조에 의해 유교는 「근대화의 저해요인」으로까지 비판됐지만 근래 미풍양속의 기반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만큼 경전을 만들어 하나의 체계적인 종교로 정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폈다.
변선환 박사(감신대)는 『새로운 우주관·인간론·종말론을 겨레앞에 제시하는게 기독교 근대화의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고 특히 한국기독교는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을 오염시키고 인간을 파괴한 서구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된다고 역설했다.
원불교 입장의 한종만박사(원광대)는 종교일치론적 입장에서 급속한 문명화와 사회구조의 변혁에 대처할 한국종교계 공동의 대처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그는 원불교의 근대화 목표는 정신과 물질문명의 공존, 윤리실천, 영과 내의 동시구제, 사회개혁에의 참여 등이라고 밝혔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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