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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신수지·김구라 … 1인 인터넷 방송, 지상파 파고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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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 채널에선 방송인 김구라가 전문가를 스튜디오에 불러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 명화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같은 시간 다른 채널에선 이제 막 음악방송을 끝내고 온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가 짙은 메이크업을 씻고 민낯이 되는 과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또다른 채널에선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신수지가 입이 떡 벌어지는 유연한 자세를 선보인다. 헬스 트레이너 등과 함께 ‘멋진 남자 되기’를 전하는 홍석천의 채널, 쉽고 재미있는 조리법을 구수한 입담으로 전해 방송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백종원의 채널도 동시에 방송된다. 이처럼 각기 다른 5개의 채널이 실은 하나의 TV 프로그램이다. MBC 예능 프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토요일 오후 11시15분, 이하 ‘마리텔’)의 지난주 방송 모습이다.

 ‘마리텔’은 1인 인터넷 방송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의 예능 프로다. 4월 말 정규 편성 이후 한 달여 만에 시청률 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대에 이를 만큼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출연자가 각 채널의 PD·작가·진행을 겸하는 ‘1인 방송’의 특징은 물론이고 실시간 소통이 활발한 ‘인터넷 생방송’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준다. 특히 시청자가 각 채널의 채팅창에 올리는 재치있는 댓글, 이에 대한 진행자의 실시간 반응이 묘미다. 인터넷 생방송은 TV 본방송에 앞서 다음tv팟을 통해 매번 세 시간 가량 진행한다. 매회 조금씩 교체되는 진행자들은 생방송 시청 점유율, 즉 누가 더 많은 접속자를 모으는지 경쟁을 벌인다.

 이런 형식에 대해 서울예대 고선희 교수(문예학부 극작 전공)는 “지상파가 인터넷 방송을 끌어 안아 새로운 포맷을 개발한 점이 신선하다”고 평했다. 이름난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특히 쌍방향 소통의 물꼬를 튼 점이 긍정적”이라며 “인터넷 방송을 소스로 삼아 편집과 CG(컴퓨터 그래픽)를 통한 강조로 새로운 프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본방송의 CG는 채널별 접속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아바타들이 몰려드는 모습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재미있는 댓글을 말풍선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직접 기획한 이 프로를 통해 메인 연출자로 데뷔한 박진경(33) PD는 “TV화면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 인터넷 시청자를 어떻게 설명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전세계적인 1인 미디어의 인기를 지상파에서 어떻게 재미있게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인터넷 방송을 접해 보지 않은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송이 거듭될수록 TV로 프로를 처음 접하고 인터넷 생방송은 어떤 것인지 알아 보려는 시청자, 인터넷 생방송이 어떻게 TV에 나오는지 확인해 보려는 시청자가 선순환을 이루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리텔’은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대한 지상파의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기존 방송과 달리 게임 등 특정 테마를 내세워 세분화된 시청층을 겨냥하는 1인 인터넷 방송은 국내에서도 스타급 진행자와 인기 채널이 여럿 등장한 상황이다. 이런 채널·진행자들을 지원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 같은 새로운 사업도 확산 중이다. ‘마리텔’은 채널별로 다른 테마를 내걸고 채널 5개를 묶음으로 함께 보여준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일방향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다품종을 뿌려주고 시청자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각광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 PD는 “설령 인터넷 생방송에서 점유율 꼴찌를 한 채널이라도 TV 본방송에선 그게 재미가 될 수 있다”며 “과연 TV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을까 싶은 다양한 채널을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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