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달았군, 기술성장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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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연초 이후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한국 증시의 지수가 있다. 바로 코스닥 기술성장기업 지수다. 연초 2752.24에서 시작했는데 8일 6107.78로 마감했다. 말 그대로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 올해 첫 기술특례 상장기업인 제노포커스가 상장돼 기술성장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제노포커스 편입 이후 기술성장기업 지수의 종목은 19개로 늘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연초 대비 100% 이상 수익률(5월말 기준)을 올린 기업은 8개에 이른다. <그래픽 참조>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며 “저성장과 저금리 환경 속 기술력이 있는 기술성장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VC) 시장은 기술성장기업에 가장 큰 디딤돌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2007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5조805억원이 투자잔액으로 남아 있다. 올 들어 눈에 띄는 부분은 신규투자다. 지난해 한국 벤처캐피탈 신규투자 금액은 1조6393억원으로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신규투자 금액도 35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벤처캐피탈의 투자 확대는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술성장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 벤처캐피탈 자금이 늘어나 낮은 금리로 보다 많은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캐피탈업계에선 바이오·의료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여 년간 바이오 분야는 늘 유망산업 분야로 지목돼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런데 최근 2년간 기업 가치나 사업 성과에서 의미 있는 모습이 나타나 벤처캐피탈의 신규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도 기술성장기업에 긍정적이다.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통해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운영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 펀드에 6500억~7250억원 정도를 추가 출자해 총 규모 2조960억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하반기 벤처 펀드에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는데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렇다고 기술성장기업 투자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 등 무형 가치는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상당수가 여전히 매출액이 낮고, 영업이익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산 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종목이 19개밖에 되지 않다 보니 기술성장기업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아직 없는 것도 일반 투자자에게는 부담이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기술성장기업 지수=정부로부터 기술성을 인정받아 상장 특례를 받은 기업과 신속이전상장제도(패스트트랙)을 통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옮긴 종목을 포함한다.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이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성공 사례도 부각되면서 해당 기업의 가치와 관련 지수가 올 들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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