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단이 영근다" 창작에 불태우는 문인들을 찾아서…|김원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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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뒷날의 역사가 20세기의 우리나라를 일제시대, 남·북 대립시대로 나누게 될 때(통일시대가 포함될지도 알 수 없지요)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6·25일 것입니다.
갈라지려고 하는 민족을 하나되게 하려는 열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그 참혹한 전쟁의 원인과 결과는 어떠한 것이었는지가 탐구될 것입니다. 6·25를 소년기로나마 경험한 세대의 작가로서 그 전쟁을 총체적으로 그려보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왔습니다.』
장편소설 『불의 제전』을 집필하고 있는 중견작가 김원일씨-그는 이 작품이 그의 작가적 역량을 모두 부어넣는 혼신의 작품임을 숨기려하지 않았다.
『불의 제전』은 제1부 「인간의 마을」, 제2부 「인간의 대지」, 제3부 「대지의 생명」등 3부로 구상된다. 제l부는 끝나 2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고 현재 제2부가 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씌어진 원고는 4천장 가깝고 전체로는 1만장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석영씨의 『장길산』이 1만5천장, 박경리씨의 『대지』가 현재 l만7천장, 김주영씨의 『객주』가 1만장정도인 것으로 본다면 그 규모로 보아 우리소설사에서 몇 안 되는 대작에 꼽힐 수 있다.
이 작품은 6·25가 일어난해(50년) 1월부터 1·4후퇴가 시작된 다음해(51년) 1월까지 1년간을 그리고 있다. 제1부는 1월부터 4월까지 6·25전야 경남 한 지역을 무대로 펼쳐나갔다.
『지주와 소작농의 갈등, 빨치산, 회의적 인텔리, 좌경주의자, 진보적 자유주의자 등 인물들의 활동과 생각 등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이 혼란의 와중을 살아간 서민들의 생활상을 꼼꼼히 썼습니다.』
지금까지의 6·25를 다룬 작품은 이데올로기에 집중되어왔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다루어졌고 그 와중에 흔들리면서 가난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빠져버리기 일쑤였다.
제2부는 적치 하 서울의 3개월이 그려진다. 이 기간에 대한 우리소설에서의 취급은 빈약하다. 숨어 지낸 이야기는 회고류가 대부분.
『우선 자료가 많고 저 자신이 그때 서울에서 직접 체험한 것도 있습니다.』
6·25전야의 북한의 움직임도 작가적 상상력과 자료에 의해 보충된다.
제3부는 다시 경남지방으로 무대를 옮겨 전쟁을 겪고 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다. 어려움을 뚫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각성과 서로에 대한 화해를 그린다.
『6·25를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관념적으로 쓰기보다 그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집요하게 세부적으로 그림으로써 이 전쟁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독자에게 주려는 것이 저의 의도입니다.』
김씨는 앞으로 5년 동안 이 작품에 매달려 완성할 계획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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