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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원스톱 유전자 검사 … 확진 판정 6~15시간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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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이름을 공개하고 정부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최 직무대행은 명단 공개에 대해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공개한다”고 말했다. [세종=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발표’로 불거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갈등 사태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 시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브리핑실에 나란히 등장했다. 그 옆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함께 섰다.

 문 장관과 네 단체장은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중앙·지자체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다’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가 골자다.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력 합의’는 긴박하게 이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 시장과 권 시장, 안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의 남 지사에게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문 장관이 남 지사에게 지자체장들과의 회동 주선을 요청했다.

 겉 모양새는 문 장관이 지자체장들과의 협력을 이끌어 낸 것으로 돼 있으나 합의의 발판은 박 시장이 마련했다. 박 시장은 환자 17명이 나온 삼성서울병원의 이름 공개, 환자 발생 경위에 대한 자세한 정보 공유 등을 6일 정부에 촉구했다. 메르스 환자 확진 권한도 요구했다.

 박 시장의 요구 사항은 7일 오전 국무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표로 대부분 실현됐다. 지자체의 확진 권한도 보장받았다. 문 장관은 “17개 기관(광역 지자체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 중에 관리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기관에는 모두 시약을 제공해 확진 판정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서울 보건환경연구원이 가래 등 검체를 채취해 1차 검사를 하고 ▶양성으로 판정되면 이 결과를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며 ▶검체를 다시 채취·밀봉해 오송 본부로 보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1차 검사를 포함한 세 가지 유전자 검사를 모두 실시한 뒤 확진 판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확진 권한을 갖게 되면 보건환경연구원이 세 가지 유전자 검사를 한 번에 실시해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다. 확진 결과 발표는 계속 질병관리본부가 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동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심에서 확진까지 걸리는 시간 중 6~15시간을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35번 메르스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지난달 말 재건축 조합원 총회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1500여 명에 대해 일대일 모니터링하겠다고 서울시가 밝혔음에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주민 김모(31)씨는 “어머니가 서울시로부터 자가 격리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지만 별다른 증세가 없어 친구와 만나러 외출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휴대전화로 자가 격리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거짓말을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병원 명단 공개는 대통령 지시”=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24곳의 실명을 정부가 공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명단공개를 지시했으나 복지부가 시간을 지체하자 거듭 ‘공개하라’고 채근했다”고 덧붙였다.

강인식·정종훈 기자 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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