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과 5년 데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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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토요일 오후는 외동딸 선미 (중2) 와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다. 딸아이가 국민학교4학년일 때부터 토요일마다 가져온 모녀간의 데이트는 하오3시10분 충무로 어느 돈까스집에서 시작된다.
딸아이가 즐겨먹는 2천원까리 돈까스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선미의 밝은 모습을 보는것이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다.
점심을 마친후 찾게되는 명동의류전문점은 우리집 단골이다. 15∼30%까지 바겐세일을 해 백화점이나 시장보다도 싸고 품질도 떨어지지 않아 자주 찾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딸아이 옷을 샀다.
코르덴바지가 7천5백원, T셔츠 3천원, 잠옷1벌에 3천원이다.
큰 부담없이 딸아이의 일상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옷보따리를 들고 앞서가는 선미가 마냥 사랑스럽다.
다음 코스는 남대문시장. 사방에 즐비하게 널린 물건등을 돌아보며 북적대는 인파를 뚫고 생선가게에 갔다.
싱싱한 갈치 1마리를 산 뒤 과일가게에 들러 사과와 배를 샀다.
선미가 좋아하는 쥐포도 빼놓을수 없다. 동네 가게보다 값도 싸고 물건도 신선해 자주 찾는다.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8시다. 부엌에서 반찬거리를 다듬으며 우리가 누리는 작은 행복에 젖어본다.
우리집은 노량진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비둘기집처럼 자그마한 한옥이지만 세식구가 살기에는 알맞다. 그러고보니 우리집은 비둘기 가족처럼 단란하다. 창너머로 멀리 남산서울타워가 보이고 잔잔히 물결치는 한강도 내려다 보인다.
이런 여유도 토요일 오후를 딸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얘기도 나누었기 때문에 갖게된게 아닐까.
한 가정의 주부로서, 어머니로서 특별한 여가활동을 하는것은 없지만 딸아이와 함께 필요한 물건도 사고 얘기도 나누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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