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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감염 확진권 달라" 정부 "효율적인 역학조사 막아" 갈등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는 새로 등장한 변종이 아닌 것으로 6일 보건당국의 유전자 검사 결과 확인됐다.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달리 특별히 전파력이 강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첫 번째 환자의 부인으로서 2번째 환자(64)는 완치돼 5일 퇴원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의 퇴원은 처음이다. 이어 환자 2~3명이 추가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퇴원 준비를 하고 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국내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하는 염기 서열을 나타냈다"며 "같은 바이러스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잠복기를 감안하면 이틀 안에 환자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도 같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자국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변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전체 염기는 약 3만개 정도인데, 이 순서를 비교해보면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입원 중이던 2번째 환자의 객담(가래)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배양해 분석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를 비교했다. 이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의과학연구센터(EMC) 등에 보내 함께 연구한 결과 2012년 EMC가 분리한 메르스 바이러스 표준주(JX869059)와 99.55% 일치했다.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분리부(KF600628)와는 99.82%로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

송대섭 고려대(약학) 교수는 "99.82%나 99.55%는 바이러스학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바이러스라고 볼 수 있다"며 "동물 사례에서 봤을 때 8% 이상 돌연변이가 나와야 확실한 변종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변이가 아닌데도 빠르게 전파된 이유로는 첫 전파자의 입원 시기와 병원 환경이 꼽힌다. 김우주 감염학회 이사장은 "첫 환자가 18~20일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할 당시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시기였다"며 "소득한 지 열흘 후에도 변기·에어컨 등 여러 군데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감염관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 감염이 메르스 확산의 주요 통로가 된 만큼 보건당국은 이르면 7일쯤 추가로 감염자가 많이 나온 병원 이름을 공개키로 했다.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명의 감염자를 낸 서울의 대형병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6일 "역학조사와 확진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확진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에만 있어 검진 및 확진에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당국은 효율적인 역학조사와 방역망 구축을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서울시와 복지부는 지난 4일에도 35번째 확진 환자가 1500여명이 모인 재개발조합 총회에 참석한 사실과 관련, 확진 시기와 참석인원 격리 필요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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