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메르스 문제 제기하며 개성공단에 검역장비 및 마스크 지원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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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정부에 개성공단 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관련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역 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오늘(4일) 중으로 열감지 카메라 3대를 대여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 구두로 최근 이 같은 요청을 해왔다”며 “총국에서 우리측 메르스 환자 발생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총국에서 북한 근로자를 위해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고 입주기업 측에 요청해왔다”며 “정부는 입주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후 (마스크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에서 복귀하는 인원에 대해 메르스 검역 차원에서 열감지 발열 검사를 실시했으나 4일부터 북으로 출경하는 인원에 대해서도 발열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메르스가 개성공단으로 확산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가할 것”이라 말했다.

정부가 대여를 결정한 열감지 카메라 3대는 지난해 11월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도 북한의 요청으로 남측에서 북측에 대여했다가 반환 받은 검역 장비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북측은 지난 3월에 1대, 5월에 2대를 반환했다.

북한 당국은 폐쇄된 체제 특성상 바이러스에 민감하다고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말했다. “의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북한 당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이 전문가는 분석했다. 북한은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1월23일 외국인 관광객의 방북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관광사업으로 외화벌이를 해야하는 북한으로서는 특단의 조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당시 조광일 북한 중앙위생방역소 부소장은 북한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비행장ㆍ항만 국경 지역을 비롯한 국경 연선(접경)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검역 사업과 물자들에 대한 소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 4일 북한이 검역 장비를 요청해온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 수준으로 대비 체제를 꾸리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대북 전문가는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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