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 침범, 對北지원 연계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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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어선들이 지난달 26일 이후 하루만 빼고는 날마다 연평도 인근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그제는 우리 해군 경비정이 북한 어선에 처음으로 경고사격까지 했지만 어제 다시 북한 어선들은 NLL을 침범했다.

우리는 북핵 사태 속에서도 비료 20만t과 쌀 40만t의 대북지원을 개시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처럼 뒤통수를 치는 장난질을 계속한다면 새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게 된다. 북한이 즉각 침범행위를 중단해야 하는 까닭이다.

북한이 우리의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어선들의 NLL 침범행위에 제동을 걸지 않는 듯한 자세가 수상쩍다. 이는 북한 어선들이 꽃게를 더 잡으려는 욕심에서 NLL을 월선했을 것이라고 선의로만 해석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북한이 어선을 내세워 우리 쪽에 불안을 야기하는 한편 우리의 대비태세를 점검하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 국방당국은 이를 주시, 지난해 6.29 서해교전 같은 북한군의 불시 기습공격에 맞설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모험적 행위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을 직시하고 이 어선들의 월선을 막는 데 모든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정부가 대북 경고성명 등을 통해 북측에 자제를 촉구한 것은 잘했다. 특히 해군당국이 NLL 침범의 북측 어선들에 함포사격까지 하면서 단호한 자세를 보인 것도 잘한 일이다.

정부는 북측이 계속 어선들의 침범을 방조 또는 묵인할 경우 대북 지원물품의 선적을 지연시키는 등 새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측이 하는 대로, 하자는 대로 질질 끌려다녔던 전임 정부와는 다르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북측에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