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증시 영향 제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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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주식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메르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국내 코스피 지수는 3일 연속 하락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이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메르스의 영향으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고,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관련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플루(H1N1) 등의 사례를 볼 때 메르스가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경제는 전염병 확산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증시도 단기엔 약세를 보였으나 이내 회복했다는 게 그 근거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쟁과 질병 등은 불확실한 속성이 특징”이라며 “이 때문에 초기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고 이후 시장의 투자심리가 진정되는 구간에서 과도한 주가가 회복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사스 확산 당시 진원지였던 홍콩 만큼 국내에서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질 경우 주가가 6%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등과 같이 추가 확산 저지되며 일시적 우려에 그칠 경우 이미 국내 증시는 3% 가량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폭은 2%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03년 6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스가 아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산속도가 가속화됐던 2003년 2분기 부진에 그쳤고 이내 바로 회복했다”며 “이후에는 사스 기저효과로 8% 넘는 고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다. 세계 금융위기 회복과정에서 발생한 신종플루는 발병 1년 5개월만에 대유행이 종료됐다. 2010년 5월까지 전세계 214국가로 확산됐고, 사망자만 1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경제에 준 충격은 경기저점을 1분기 지연시키는데 그쳤다. 고승희 연구원은 “2009년 6월 WHO는 신종 플루 경보를 최상위 6단계인 ‘대유행’으로 격상했음에도 전세계 증시와 국내 증시에 충격은 제한적이었다”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의 정책 공조 효과가 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메르스도 세계 전체로 확산되고, 그 영향력이 장기화된다고 하더라도 세계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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