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연석회의서 또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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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구주류가 2일 또 한번 격돌했다.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다. 신당 문제를 둘러싼 당 공식기구 논쟁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무려 7시간에 걸친 지루한 마라톤 회의에서 양측은 예결위원장 선임, 회의 공개 여부, 4.24 재.보선 책임론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치했다.

이런 가운데 신주류는 4일 당무회의에서 신당추진기구 구성안을 정식 상정키로 했다. 구주류가 반대할 경우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한다.

◆ 신당 당위성 논란=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 신당 하려면 나가서 따로 만들어라"며 A4 용지 여덟장에 걸친 반박문을 낭독했다. 김옥두(金玉斗)의원도 "더 이상 민주당을 짓밟지 말라"고 했다. 김경천(金敬天)의원은 "호남의 분위기는 민주당을 꼭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굳이 길을 버리고 산으로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임채정(林采正)의원은 "지난 대선 때도 그랬듯이 반민주적 해당 행위가 한번도 정리된 적이 없으니 누가 현 지도부를 인정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이어져온 색깔논쟁을 우리 당 최고위원에게서 다시 듣게 돼 모욕적"(李在禎 의원), "신당파가 다수인데 왜 우리더러 나가라고 하느냐"(柳宣浩 전 의원)는 비난도 이어졌다. 팽팽한 설전이 계속되자 설훈(薛勳)의원은 "지금처럼 싸워서는 모두 망한다. 신당파는 제발 자세를 낮추고 함께 가자고 설득해달라"고 촉구했다.

◆ 사안마다 충돌=오전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이해찬(李海瓚)의원은 정균환(鄭均桓)총무가 예결위원장에 구주류인 이윤수(李允洙)의원을 내정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여당의 예결위원장은 임무가 막중한 자리인 만큼 이윤수 의원은 다른 적합한 자리를 맡는 게 낫겠다"며 당사자를 면전에서 공격했다. 그러자 이윤수 의원은 "이순신 장군이 서울대 나와 영웅이 됐느냐, 세종대왕이 서울대 나와 성군(聖君)이 됐느냐. 나도 정치판에 들어온 지 45년이나 됐고 예결위원도 여러 차례 지냈다"며 반박했다.

구주류는 4.24 재.보선 결과를 놓고 곧바로 반격했다. "재.보선 패배로 신당의 당위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의 보고에 유용태(劉容泰)의원이 "신주류가 주도한 공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고 따져 한동안 소란이 빚어졌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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