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익 우선하는 공중보건 시민의식 높일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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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염병 국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계속 느는 가운데 부실한 환자 관리 탓에 홍콩·중국 등에서 한국이 메르스 전파국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발열 증세를 보이는데도 당국이 출국을 막지 못한 한국인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홍콩에서 일부 한국인들이 현지 위생당국의 메르스 시설 격리조치를 한때 거부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홍콩 언론들이 한국의 방역의식 결핍과 개인만 생각하는 후진적 시민의식을 꼬집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시민의식을 요구한다. 전 세계 공중보건 시민의식은 전염병 관련 증세를 보이거나 개연성이 있는 사람은 공익을 위해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진 신고해 격리되는 게 원칙이다. 외래 전염병 유입에 따른 혹독한 피해를 경험해 보지 못한 한국에는 그동안 이런 시민의식도, 이를 제도화한 공공방역 시스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여행이 일상이 된 지금, 수많은 인적 교류와 함께 질병도 자유롭게 전 세계를 오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 새로운 국제 방역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개인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시민 협력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하다. 이런 쪽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홍콩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홍콩의 ‘질병예방과 통제 조례’는 위생 관련 책임자가 전염병 감염자나 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해 서면으로 격리 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할 경우 최고 1만 위안(약 178만원)의 벌금이나 최장 6개월 구금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홍콩과 중국에서 65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된 공중보건 시스템이다.

 우리 정부도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에 대응해 시민 협력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보다 성숙한 공중보건의식을 확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학교 교육에도 당연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