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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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친정집 막내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남쪽 내 고향마을을 닮은 만추의 풍경이 곱게 담긴 예쁜 사각봉투에, 또박또박 적힌 낯익은 연필 글씨.
며칠전 아버지께서 다녀가시면서 막내가 서울로 수학여행 오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는데, 아마도 그 소식이려니 생각하며 그리운 마음으로 겉봉을 뜯었다.
『글씨 쓰기 싫어하는 언니께』로 시작된 막내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답장 안한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여름방학을 내리 이곳에서 지내고 간 막내동생으로부터 받은 지난번 편지에는 함께 사는 두 시누이에게 보낸 편지도 들어 있었다.
아직 어린 두 아이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내 대신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준 시누이에게 고마움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답장은커녕 그 소중한 편지를 여태껏 시누이에게 보이지도 못했으니 어머니 연세 오십이 다 돼서 얻은 막내 내 나이 스물셋일때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막내가 어느새 국민학교 6학년으로 성장했다.
내 옷보다 막내에게 더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은 욕망이 더 컸던 그때를 생각하니 새삼 코끝이 찡해 오며 답장조차 제대로 못해줄만큼 소흘해진 내 자신이 미워졌다.
어서 그리운 막내에게 답장을 보내 그 큰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게해야지.<경기도부천시소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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