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만나려면 ‘이상형’과 이별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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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사랑이란?’ 보편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질문이다. 구글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검색된 용어였다. 웹스터 사전에는 ‘사랑’의 여러 가지 정의가 실려 있다. 예를 들면 ‘혈연이나 개인적 인연에서 비롯되는 타인을 향한 강렬한 애정’ ‘성적 욕구에 따른 끌림’ 그리고 ‘테니스 점수’ 등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정의를 이해하지만 그 의미 또는 한 문화에서 개인에게 적용되는 방식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사랑은 개인적인, 따라서 주관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그 개념은 우리가 평생 사랑에 빠지고 벗어나고 다시 빠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해간다. 구체적인 문화적 정의는 여전히 다소 불확실하지만 사랑이 매력과 많은 관계가 있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사랑과 달리 매력은 (부모는 못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아직도 과학자들이 탐구 중인 또 하나의 개인적 취향과 경험의 문제다. ‘매력의 법칙(rules of attraction)’에는 외모·성격 그리고 잠재력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호르몬 수치와 집중 지속시간 같은 내적 변수도 포함된다. 어떤 특성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지(또는 더 정확히 말해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는 고정관념과 선입관에 기초한 만큼 딱 부러지게 답하기 어렵다. 여성은 가족과 재산에만 끌리는가? 남성은 예쁜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에만 관심 있는가? 정말 그렇게 단순한가? 데이터를 믿는다면 가슴의 문제에 관한 한 모두 두뇌로 귀착된다.

노스웨스턴대학 일라이 핑켈과 텍사스대학(오스틴) 폴 W 이스트윅 교수의 연구가 최근 ‘성격·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남녀 모두 처음에는 신체적 매력에 가장 큰 가치를 두며 성격과 소득 잠재력이 그 뒤를 잇는다는 내용이다. 핑켈과 이스트윅 교수는 2시간짜리 스피드 데이팅 행사에 학부생 163명을 초대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짝과 데이트 상대를 어떻게 선택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각 학생은 10여 명의 잠재적 파트너 10여 명과 4분씩 대화를 나눴다. 그 뒤 컴퓨터에서 파트너들의 사진을 보고 데이트를 원하는지 ‘예’ 또는 ‘아니오’로 답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누구를 가장 매력적이라고 보는지, 누가 가장 큰 수입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토대로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에게 점수를 매겼다. 핑켈과 이스트윅 교수는 한 달 동안 학생들을 추적하며 그 뒤 그들의 애정 활동을 점검했다.

뉴스위크가 노스웨스턴대학 인간관계 연구소(Relationships Lab)를 찾아가 핑켈과 이스트윅 교수를 만났다. 짝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 오랜 의문에 관해 남녀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스피드 데이팅 행사를 열기 전 참가자들에게 누군가와 다시 만날지 결정할 때 외모, 성격, 수입 잠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술하도록 했다.

핑켈: 참가자들이 원한다고 말한 요인과 그들이 실제로 원한 요인이 일치하지 않았다. 육체적 매력이 많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경향을 보인다. 수입 전망은 (남녀 모두에서) 적당한 수준의 욕구를 유발하는 편이다.

자신이 연애상대에게서 정말로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에 관해 많은 남녀가 잘못 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핑켈: 여성은 소득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고방식이 우리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다. 따라서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남자이니까 아름다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그들이 이제껏 끌렸던 모든 사람에 대해 세심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선 그것이 합당한 반응이다.

이스트윅: 남녀 모두 평생 자신들이 끌렸던 모든 사람에 관해 입수 가능한 모든 증거를 검토해 종합적인 결론을 내놓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이론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남녀가 파트너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 스피드 데이팅이 어떤 도움을 주나?

핑켈: 스피드 데이팅에선 폭넓은 잠재적 파트너를 대상으로 각 개인의 취향을 점검할 수 있다. 참가자가 행사 열흘 전 선호한다고 밝힌 요인뿐 아니라 실제 이성을 만났을 때 끌린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참가자가 자신이 중시한다고 말한 요인과 그에게 실제로 중요한 요인을 비교한다.

사랑을 찾는 사람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핑켈: ‘쇼핑 리스트’를 경계해야 한다. 연애 상대를 물색할 때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리스트를 들고 나가선 안 된다.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라.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 알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론상의 이상형을 묘사할 때는 남녀 차이와 이성 취향이 상당히 확고하다. 하지만 직접 파트너를 만나면 달라진다.

그렇다면 성격도 정말 중요한가?

핑켈: 외모나 소득 잠재력 또는 성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남녀 모두에게 똑같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외모가 가장 중요하고, 성격이 둘째, 소득 잠재력이 셋째다. 적어도 데이트를 시작한 첫 달은 그렇다.

그것이 희소식인가?

핑켈: 소득 잠재력 측면에선 희소식이고 외모 면에선 나쁜 소식이지!

아름다움 대 두뇌 대결의 판정은?

핑켈: 처음 이성에 끌릴 때는 외모의 중요성 측면에선 남녀가 다르지 않을 수도있다. 현재 스피드 데이팅 업체와 공동으로 당시의 독신자 6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3년이 흐른 지금 그들이 결혼했는지 그때의 이상형과 일치하는지 추적 조사를 하고 있다. 3년 전 그들이 말한 이상형이 실제 배우자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트윅: 내 직감으로는 원래의 이상형과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했기보다는 그들의 이상형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남녀 관계와 관련해 또 다른 속설이 있다. 매력적인 사람은 인생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고 결혼도 더 돈 많은 매력적인 사람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맞는가?

이스트윅: 매력적인 여성은 매력적인 남성과 결혼하고, 매력적인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번다. 매력적인 사람이 인생의 모든 것을 더 많이 손에 넣기 때문이다.

조사 도중 실제로 인연이 맺어지기도 했나?

이스트윅: 여러 커플을 탄생시켰다. 그 커플들이 요즘도 만나는지는 모른다. 스피드 데이팅의 효과를 찬양할 때 곧잘 통계를 거론한다. 예컨대 스피드 데이팅 행사 후 한 달 사이 참가자 중 3분의 1이 행사 전까지 몰랐던 사람을 만나 최소한 얼마간은 어울렸다.

참가자들은 어떻게 모집했나?

이스트윅: 우리는 항상 학생 그룹과 협력한다. 수많은 사람을 돌려보내야 했다.

말하자면 연구와 과학에 참여하고자 한 학생이 많았던 셈인가?

이스트윅: 과학을 위해 데이트하려는 거지, 맞다!

핑켈: 이번에는 남녀 참가자들의 동영상을 갖고 있다. “좀 유치하지만 기꺼이 참가하겠다. 연구를 위해서” 같은 말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하는지 정말 웃긴다.

글=레슬리 세비지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판 ‘섹스의 과학(Science of Sex)’에 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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