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제시 미흡한 「기도원,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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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발물이나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TV프로그램의 취약점중의 하나는 첫 북소리만 요란한채 용두사미가 돼버리는 것이다. 충격이 큰 만큼 이에대한 후속물이 당연히 따라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은「새 아이템 찾기」에만 급급할 뿐 「그후」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할수있을 정도로 모른 체 지나쳐 버리고 만다. 이런 풍토를 감안할때 지난 일요일에 방영된 두 프로그램 「기도원, 그후 1년」 (KBS제 2 TV『추적60분』)과 『아! 가슴이 아파요, 그후』 (MBC-TV 『특별기획』)는 기대를 모았던 기획물들이었다.
「기도원」은 사슬에 묶여 지내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기도원수용실태를 영상을 통해 생생히 고발함으로써 일대 충격을 던져주었던 프로그램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의 기도원 실태를 살펴본「그후」편은 전국적으로 40만을 헤아리는 정신질환자가 있고 그중 상당수가 입원치료를 해야하나 병상수는 턱없이 모자라 강제퇴원을 당할 수밖에 없고 지친 가족들은 격리 수용시설을 찾게 된다는 관점에서 이를전개, 현재에도 기도원은 집단수용방식을 쓰고 있는등 문제가 많으며 더욱 치료방법이 거의 신통치 않은 수용기관에 의존할 뿐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있다.
이같은 시각의 접근은 지난번의 방영 때 받았던 비난-격리수용시설을 찾을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아픔을 도외시했다-을 어느정도 해결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여전히 놓치고 있는것은 대안의 제시다.
1년전과 다름없이 격리수용시설을 찾아야만 하고 그곳의 수용시설이 형편없다는것을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만다면 굳이 「그후」편을 방영한 의미가 반감되고 말지 않는가.
오히려 접근시각과 같은 맥락에서 왜 이런 곳의 운영은 이렇게 밖에 할수가없는가를 따져보고 이의 해결법- 이를테면 이런곳에 주1회든지 정기적으로 의사를 파견토록 한다든가, 이들 수용기관의 시설보완을 위해 국고보조를 한다든가 하는것-을 제안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의 방영의 의미는「실태고발」이 아닌 「실태개선」에 있기 때문이다.
「아! 가슴이 아파요, 그후」편은 기획 구성면에서 짜임새가 있었다. 심장수술장면 생중계로 국내에 큰반향을 일으켰던 「아! 가슴이 아파요」는 「그후」편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잘자라고 있는 모습과 아직도 고통받고있는 시한부인생의 어린이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그들을 돌봐야한다.」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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