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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사망원인 2위, 청소년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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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선동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1930년대 미국 보험회사 임원이었던 하인리히는 고객들의 사고를 토대로 ‘1 : 29 : 300’ 법칙을 발표했다. 1번의 대형사고 이전에 평균 29회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 전에는 평균 300회의 이상징후를 보였다는 이론이다. 멀쩡하던 조직에서 어느 날 갑자기 대형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청소년 안전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7월 태안에서 발생한 해병대캠프 사고로 고등학생 5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나 지난해 2월 경주 소재 리조트 체육관의 지붕 붕괴사고, 이어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의 안전사고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 실례다.

 일련의 청소년안전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안전 불감증과 위기대처능력은 향후 추진해 나가야 할 두 가지 과제, 즉 ‘안전문화의 확산’과 ‘활동현장의 안전 확보’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과제는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 기본적인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실질적인 청소년 활동이 이뤄지는 교육시설에 대해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신체의 성장과 함께 정신적인 발달이 진행되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충동적이고 모험적인 성향이 강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심층 손상 감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이 사고를 당하는 장소로는 가정을 제외하고, 지도자가 있는 학교와 교육 시설에서의 사고가 2012년과 2013년 연속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체험학습과 현장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가 안전규칙을 이해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안전의식의 확산과 함께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주(州)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미 1920년께부터 주별로 독자적인 안전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작했다. 유아, 초·중·고등학교의 안전교육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해 필수 교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지진이나 태풍 등으로 인한 재난 안전사고가 잦은 일본 역시 유아 교육부터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육원 시기부터 시작되는 안전교육은 학교 내에서의 교육 외에도 지역별로 교통공원이나 재난체험관 등을 설립해 재난 대처 훈련을 받으며 체험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통계 포털의 ‘사망 원인 통계’ 자료에 의하면 상해 및 사고로 인한 19세 이하 청소년 사망률은 2012년 인구 10만 명당 5.1명에서 2013년 4.5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외인(外因)으로 인한 청소년 사망에서 안전사고는 자살에 이어 2위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의 안전한 활동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청소년이 참가하는 각종 체험 활동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철저한 점검과 함께 안전 관리 강화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 안전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2014년 9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KYWA) 내 청소년활동안전센터를 설치하고 2015년 4월 8일 개소식을 열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활동안전센터는 앞으로 청소년활동 현장의 안전문화 확산, 수련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및 대응 체계 강화,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의 활성화, 그리고 청소년수련활동신고제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활동안전센터가 본격적인 출발을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청소년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생사를 좌우하는 시간인 골든타임을 활용하지 못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생명을 놓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미래의 주역인 우리의 청소년이 다시 위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청소년활동의 안전은 어느 누구의 역할이나 책임이 아니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 전체의 책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사회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막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한 청소년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안전사고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을 체화하는 것이다.

김선동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