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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물가 잡고, 경제난 극복 기대 … 의약품 포함 일부 품목 병행수입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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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약국. 병행수입 합법화로 필수 의약품 가격의 안정이 기대된다. [타스]

러시아 정부가 병행 수입을 허가했다. 지적 재산권이 있는 해외 제품도 소유권자의 허가 없이 러시아에 수입해 팔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조품이 늘어날 위험성을 경고한다. 게다가 병행수입은 포스트 소비에트 지역의 주요 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규정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경제 전문지 베도모스티는 최근 “러시아 정부가 2015년 5월 초 열린 회의에서 의약품을 비롯해 일부 제품군의 병행수입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 따르면 병행수입 합법화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물가도 떨어뜨릴 수 있다. 투자홀딩컴퍼니인 ‘피남’의 티무르 니그마툴린 애널리스트도 “병행수입 합법화로 의약품과 새로 유입될 다른 제품의 가격이 말 그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의약품은 특수해서 가격이 30~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부의 병행수입 허가 조치에 따라 해당 제품의 목록이 작성될 예정이다. 특히 현재 공식 유통업체를 통해서만 수입되고 있는 의약품과 향수류, 가전제품에 대한 병행수입이 논의되고 있다. EEU의 추산에 따르면 병행수입 허가에 따라 브랜드 차량 부품은 60~80%, 향수는 20~60%, 차량 보조 좌석은 최대 50%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안드레이 슬레프네프 유라시아경제위원회 통상장관이 Russia포커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EEU는 외국인 투자가 많은 현지 생산 분야에서는 병행수입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 안드레이 장관은 또 “오래 전부터 EEU 차원에서 병행수입 허용을 놓고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러시아 측은 의약품, 카자흐스탄 측은 차량부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장관은 “특정 상품군에만 병행수입이 허용될 수 있다. 대상 제품군을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해 다양한 기준들이 논의되고 있다. 공식 유통업체의 가격정책과 EEU 참가국 내 해당 제품 생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특정 제품 시장의 특징과 같은 기준들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병행수입을 허가하려면 EEU 규약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부정적 측면이다. 우선 러시아 내 병행수입은 2002년부터 금지돼 왔다. 게다가 브랜드 제품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소유권자가 판매를 관리하며 이들의 허락 없이 수입해 판매한 제품은 위조품으로 간주된다.

유럽경제인연합회(AEB)의 쇼프 프란크(Schauff Frank) 회장은 Russia포커스에 “병행수입을 금지한 덕분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서 창업할 수 있었다”면서 “따라서 1990년대 방식으로의 회귀하게 되면 새로운 기업의 설립을 위한 시장으로서 러시아의 투자 매력도는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도 병행수입 허가에 반대하고 있다.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병행수입은 포스트 소비에트 지역의 주요 연합체인 EEU의 규범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EU는 참가국 간 국경에서 통관검사 폐지를 제안하고 있다. 5월 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가 이 연합에 가입했고 곧 키르기스스탄도 합류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EEU는 2015년 5월 8일부터는 중국과 경제통상 협력에 대한 협의도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 법이 이미 통과돼 만투로프 장관의 반대에 큰 의미를 둘 것은 없다. 그의 반대는 품목 선정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 티무르 니그마툴린은 “병행수입 허가로 인해 위조 수입품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위조품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롯산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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